“독자들이 좋은 책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은 좋은 책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모바일로 책 유통을 하고 있는 한 소셜커머스 대표가 기자에게 한숨 섞어 털어놓은 말이다. 그의 말엔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는 돈으로 허한 속을 채워줄 수 있는, 때론 반짝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는 책을 살 수 있는데, 그런 가치를 몰라주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자연선택에 따른 유전적 진화의 결과든, 문화적 진화의 소산이든 사람들은 좋은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런데 책은 묘하다. 개인적 경험만이 책을 좋아하고 자꾸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독서 경험이 없거나 아예 접근조차 못한 경우 책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이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성인 10명 중 3.5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있었다. 2007년에는 성인 10명 중 2명이 책과 담을 쌓았는데, 그새 크게 늘었다.
반면 책을 즐겨 읽는 층은 1년에 읽는 책의 수가 12권에서 17권으로 더 늘었다. 다독자는 갈수록 더 읽고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은 더 멀어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고경영자(CEO)에 따라 독서문화가 결정되는 기업도 이런 현상은 비슷하다.
최근 기업의 화두는 인문학경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때에 인문학적 경험이 시대의 불확실성과 속도전에서 중심을 꿰뚫어보고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준다는 걸 기업들이 깨달아가고 있다는 얘기겠다.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21일 교보문고가 주최한 ‘대한민국 독서경영 포럼’에서 이를 ‘Naked Strength’(裸力)라는 개념으로 풀었다. 즉 기업들이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가 가격을 웃돌 때 그 여분이 바로 기업의 힘이라는 얘기다.
가령 고객이 1000원의 가치를 느끼는 제품을 1000원에 팔면 Naked Strength는 제로지만, 1000원의 가치가 있는 걸 700원에 팔면 소비자들은 300원어치의 가치를 더 느끼며 그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제품의 질만 포함되는 건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 문학이 있다.
바야흐로 책의 계절이라고 온통 주변에 책 잔치다. 파주출판단지에선 10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파주북소리 2011’이, 운치 있는 덕수궁에선 ‘서울북페스티벌’, 출판사들이 몰려 있는 서교동 일대는 ‘와우북페스티벌’로 거리마다 책이 넘친다.
여기에 인기 있는 저자들과의 만남도 적지 않다. 베스트셀러 ‘여행의 기술’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랭 드 보통, 노벨상 후보로 사랑받는 고은 시인, 친근한 서정시인 정호승, 국민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작자 황선미, 영국의 헤이온 와이를 세계적인 책 관광명소로 만든 리처드 부스 등이 독자들을 만난다.
흔하디흔한 책이지만 오늘날의 책이 보급된 건 1세기밖에 안 된다. 불과 100년 전에만 해도 책을 일일이 베껴서 돌려봤다. 지성인들이 한결같이 가장 유익한 지식채널로 책을 꼽지만 책의 경험은 억지로 ‘타이거 맘’처럼 떠먹여줄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