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장외 바람이 거세다. 기존 인물 중심의 정당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큰 박수를 치기 때문이다. 이미 안철수 바람을 타고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이의 대항마로 이석연 변호사가 부상했다. 한쪽은 좌파 진보 쪽, 한쪽은 보수 우파 쪽이다. 자유민주주의 현행 체제를 그냥 갖고 가자는 편과, 이것 갖고 안 되니 다소 사회주의 색채를 가미하자는 편이 선명하게 엇갈린다.
기존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당내외로 말도 안 되는 사사건건 이전투구에 국민들이 지친 것은 벌써 오래다. 그게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둘러싸고 현실화한 것이다. 기선을 박원순 쪽이 잡았다. 지지율 면에서 사뭇 우파 쪽을 압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적당한 선에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추진해가며 당내 경선 후보들을 최후 순간 제칠 경우 시장 당선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다급해진 경선 후보들 입에서 슬슬 박 후보의 돈 관계, 61평 아파트 얘기 등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총알 한 방 못 쏴보고 고사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다급해진 쪽은 보수 우파들이다. 한나라당 후보 제1주자인 나경원 의원 말고 마땅한 경쟁마가 없다. 이때 나타난 이 변호사는 확실한 구원투수인 것 같지만 당내 경선을 거치라는 주문에는 등을 돌린다. 좌파가 분명한 참여연대 출신 박 변호사를 우파로 자처하는 경제정의실천연합 출신 이 변호사가 꺾기 위해서는 보다 선명성을 부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이 등판했다. 종래 한나라당 행태에 불만인 북한민주화운동의 서경석 목사,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를 비롯 정통 보수 인사 다수를 이끌고 이 변호사의 서울시장 후보 추대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이들 스스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서울시장 보선 계기 좌향좌 정국 분위기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조직이다. 직접민주주의 아닌 엘리트 중심의 간접민주주의가 불가피한 이상 새로 뜨는 보수가 과연 한나라당의 조직을 무시하고 선거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범여권 단일후보가 아니면 안 된다. 그게 현실이다. 아무리 선명성을 내밀어도 한나라당 공천자와 둘이 나와서는 필패다. 신보수가 뜨긴 했지만 이게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