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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위기 넘길 외화보따리 갖고 와라
‘제2 금융위기’ 공포가 현실로 닥쳤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와 무디스는 씨티ㆍBOA 등 미국과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10개 은행 신용등급을 깎아내렸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펼쳤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주가 폭락, 환율 폭등의 검은 그림자가 미국→ 아시아→ 유럽에서 다시 미국으로 옮겨붙는 등 미국 더블딥(이중침체)과 유로존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마저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외부 충격에 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심리적 공황은 이번에 더욱 컸다. 코스피는 22일 하루 동안 3% 이상 빠졌고 원/달러 환율은 1주일 새 110원 이상 폭등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이대로라면 1200원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부도위험 지표인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마저 2년2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른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위험국면”이 코앞에 닥친 느낌이다.
이럴수록 구두 개입과 미세 조정 등 단기 대책보다 안정적인 외화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3000억유로의 부실을 떠안은 유럽계 은행들은 세계 각지에서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독일 은행들이 중동, 아시아로 손을 벌리는 판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달 이후 5조원 이상의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 외화차입의 30%를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위기는 구조적ㆍ복합적이고 치유할 카드가 제한적이란 점에서 장기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환당국은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 단기외채 축소, 수출확대를 통한 외환보유액 증대 등 달러 고갈을 막을 다양한 외화확보 수단 및 창구를 열어놓기 바란다. 환율 급등락을 악용한 투기세력 및 해외재산 도피 철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상시 필요 외화를 우선 공급받는 은행권의 커미티드 라인 확충과 해외 장기채권의 단기화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및 은행장들은 “국내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립서비스 대신 ‘외화 보따리’를 들고 귀국하기 바란다. 가계부채 축소, 일자리 확대, 저축은행 사태 해소, 물가 안정 등 내부체력 강화는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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