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이 다시 들고 온 ‘중용’
‘중용 인간의 맛’ 출간EBS특강도 같이 진행
4대강·남북문제 등
중용 개념 적용 쓴소리
패러다임 전환 방향 제시
도올의 강의엔 사람들이 몰린다. 몰입시키는 힘이 있어서다. 동서양 문명과 철학, 가로 세로를 오가는 명쾌함에 직설적인 표현의 통쾌함이 시원한 맛을 주기 때문이다.
EBS 강의와 함께 출간된 ‘중용, 인간의 맛’(통나무)은 이데올로기의 신화가 무너진 자리, 아직도 그 끝을 부여잡고 갈등하는 우리 사회가 중용의 눈으로 어떻게 비춰지는지 보여준다. 한 발 더 나가 미국 패권의 몰락이 예견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가치 중심으로 문명 전환이 이뤄져야 할지 중용에 기대 방향을 제시한다.
도올의 중용론은 인간으로 통한다. 그는 지금 우리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중용의 상실, 중용정치의 부재 탓으로 본다.
대기업 집중현상이라든지, 남북문제나 4대강 사업 같은 게 중용의 상실 결과라는 것이다.
가령 남북문제의 경우 북한이 잘못한다고 남한 또한 잘못한다는 것은 중(中)과 화(和)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지런히 실리만을 추구해도 따라가기 바쁜 시대에 냉전 이데올로기의 관성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은 무명의 극상”이라며 “원망이나 보복을 일삼는 것은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비판적으로 들릴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일견 진보주의자로 자신을 몰아갈 것에 대해 그는 일단 선을 그었다. 보수라는 술어를 사랑하는 고전주의자라고.
“나는 역사를 진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역사를 중용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인간존재를 해방의 대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자유주의자도 아니며, 평등주의자도 아니다.”
“인간의 주체적 도덕성은 누구나 일선(一善)으로부터, 하나의 작은 선으로부터도 비약적으로 정언명령을 구성해낼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선이라도 진심으로 고뇌하면서 가슴에 품어 잃는 법이 없다. 그것이 공자-자사가 말하는 중용이다.”(본문 중) |
이 책의 이름 ‘인간의 맛’은 ‘중용’ 제4장에 “사람들이 먹지 않은 이가 없고 마시지 않는 이가 없건마는 맛을 아는 이는 적다”는 말에서 따왔다.
책은 도올이 기존에 쓴 학술적인 ‘중용한글역주’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롭게 썼다.
구성은 중용 원문을 주자가 분장한 33장 체제에 따라 한문 원문을 싣고, 현대 중국어 표기음과 한글 독음을 달았다. 옆에는 우리말 번역문을 넣고 밑에는 해설을 담았다.
장마다 그 장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장의 이름을 붙여 장 전체 내용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새롭다.
책엔 ‘중용’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덕목과 비교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는가 하면, 중용 제2장의 ‘소인이 중용을 행함은 소인다웁게 기탄함이 없다’는 구절을 들어 우리사회 무기탄의 행태를 나열하는 등 쓴소리가 많다.
그렇다면 왜 ‘중용’인가.
서구문명의 패러다임의 전환, 근원적 사고의 전환의 핵심에 중용이 빛을 비춰줄 수 있다는 게 도올의 주장이다.
“문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중용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자질구레한 덕성태의 중간항목을 찾아 행복해지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대한 절제를 통해 천지와의 조화를 이룩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도올은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역할도 중용에서 찾는다. 또 ‘소중화(小中華)’로서 한국이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새로운 도덕적 문명 비전을 모델로서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올은 그동안 중용이 공자의 손자인 자사 개인의 저작이 아니라는 회의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편다. 한 사람의 창조적인 사상가에 의해 쓰여진 책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그 풍요로운 가치가 드러나고 유기적 관련의 총체성이 나의 삶을 파고든다는 설명이다.
그가 들려주는 중용 강의가 의도하는 건 생활의 변화다.
“ ‘중용’을 읽고 ‘일상적 삶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중용’을 읽지 않은 것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한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자기의 삶을 반추해보라!”
인간의 생활, 태도와 관련된 만큼 사상서로서뿐 아니라 자기계발서로서 덕목이 크다는 얘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