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액 1조달러 달성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가 무역대국, 또한 산업강국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기계류와 부품소재 등 자본재산업의 국산화다.
기계산업이 분명 무역흑자 산업이기는 하나 핵심장비와 요소부품의 국산화가 아직 미흡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공작기계의 두뇌에 해당하는 CNC컨트롤러, 고성능 밸브류, 첨단기능성 베어링 등 많은 핵심 요소부품을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또 우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관련장비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신산업분야인 태양광은 더욱 열악하다. 때문에 ‘가마우지경제’란 지적은 매년 무역수지 결산 때 단골로 거론된다.
우리 기계산업이 안고 있는 또하나의 문제는 기술혁신과 수요에 따른 산업융합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에 기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계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IT나 인공지능과 결합돼 로봇화하거나 고효율 설계기술을 도입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첨단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도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기계ㆍ장비 및 핵심 요소부품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로 시장선점에 한창이다.
그러나 해결방안이 없지는 않다. 우선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지재권 중심의 핵심기술 획득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특허전쟁을 치르는 일부 대기업은 차치하더라도, 핵심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을 원천특허로 무장된 기계류ㆍ부품 전문기업으로 육성해야 하며,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진국 기업에 대한 과감한 M&A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양질의 풍부한 기술ㆍ기능인력 양성과 매력있는 기업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창의력을 가진 고급 기술인력은 물론 기능올림픽 강국답게 현장 맞춤형 숙련기술자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럴 경우 선진국 관련기업의 연구개발센터 유치나 직접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금형, 주ㆍ단조, 도금, 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튼튼한 기반과 함께 전후방산업의 협력적인 동반성장도 요구된다. 산업융합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와 칸막이식 규제의 개선 등 기업친화적인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시장 다변화전략이 나와야 한다. 특히 중국 베트남 중남미 중동 러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 함께 구미 선진시장 개척도 필요하다. 한ㆍEU, 한ㆍ미 FTA를 적극 활용하면서 지역별ㆍ품목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별로 브랜드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산업대전과 같은 대형 글로벌 전시회를 키우고 국가프리미엄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최대 자본재 통합전시회인 ‘한국산업대전’이 28일부터 킨텍스에서 열린다. ‘융합! 기술 그 이상의 세계’라는 슬로건으로 축구장 10개 규모인 10만㎡에 자본재 관련 6개 업종별 전시회를 통합해 16개 전문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산업 융복합 국제 컨퍼런스와 각종 기술세미나 등의 부대행사가 함께 한다.
독일, 일본 등 40개국 1600개사가 참가해 한국산 기계류와 부품을 구매하게 하는 동시에 한국의 발전된 산업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 자본재산업에서도 ‘한류(韓流)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