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명성과 달리 한국은 불법ㆍ비리 대명사인 지하경제의 천국처럼 보인다. 마약ㆍ뇌물ㆍ매춘ㆍ장물 거래 등 고전적 수법 말고도 역외 탈세, 변칙 상속 및 증여, 각종 재산의 차명 은닉, 부동산 이중계약 등 온갖 수법이 판치는 것이다. 지난해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를 정도라니 MB정부의 공정 화두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엊그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9.4%로 10% 안팎인 미국 일본 영국 등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국세청의 무능을 질타했다. 이는 조세연구원의 2009년 추정치 17.7%는 물론 재정위기로 홍역을 앓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PIGS’국가 수준보다도 높다. 지하경제 근원인 바지사장과 대포통장이 인터넷에서 각각 14만원, 6만원에 버젓이 거래되는가 하면 차명 재산 4조7000억원, 자영업자 소득탈루율 48%, 미징수 국세 15조원 등의 수치가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의 존재 이유를 준엄하게 묻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지 18년이 지났다. 현금이 아닌 어지간한 비정상 금융거래는 추적이 가능하다. 국제 조세장벽도 거의 없어졌다. 이런데도 지하경제가 발호하는 건 각종 세금 포탈, 고의 축소, 체납 등에 대한 국세청ㆍ관세청 및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을 통박할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 차단과 새로운 세원 발굴, 조세 정의를 위해 지하경제 척결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더구나 지하경제를 절반만 양성화해도 15조~20조원의 세금을 거뜬히 더 거둬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부터 면피성 답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탈세 위험 업종과 기업에 대한 일시적 세무조사로는 지하경제를 일소하기 어렵다. 국토해양부의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계한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관리시스템, 납세자의 과거 소득과 지출 구조를 분석ㆍ과세하는 첨단 국세통합시스템(TIS) 등 물 샐 틈 없는 과세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조세범에 대한 엄중 처벌과 세무당국의 청렴성 제고는 더 말할 나위 없다. MB정부는 특정계층에 대한 시혜적인 증세ㆍ감세 타령만 하지 말고 지하경제와 전면전에 나서기 바란다. 법과 관행을 핑계 삼아 지하로 숨어 탈세를 일삼는 영악한 무법자들이 한국을 천국처럼 삼는다면 국제적 망신이다. 측근 비리도 그런 토양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