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본명 김은영)은 정규 6집 ‘투머로우(Tomorrow)’를 준비하며 극심했던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했다. 의외였다. 슬럼프 같은 건 겪을 새도 없이, 꽉찬 무대에 각종 수상 소식이 쏟아졌던 그였기에.
하지만 그는 “상을 받는다는게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짐이 더 무거워지는 것”이라며 “고갈된 상태에서 새로운 뭔가를 찾으려다 에너지가 떨어졌고 자작곡도 2년 정도 못 썼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조우했던 것이 희망의 물꼬를 틔웠다. 웅산은 “윤성 씨가 내가 갈구하던 새로움을 찾아줬다”면서 “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이번 음반 작업이 무척 즐거웠다”고 했다.
앨범은 예전의 웅산 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해졌다. 웅산은 새롭게 빚어낸 재즈 스타일에 흡족해하며, 앨범 장르를 ‘쿨 재즈 블루스’라고 칭했다.
“윤성씨와 만나면서, 세련된 절제를 더했어요. ‘쿨 재즈 블루스’란 감정을 절제한 고급스럽고 엘레강스한 블루스란 의미죠. 풍성하게 내지르는 기름진 창법을 많이 걷어냈어요.”
6집 타이틀곡 ‘투머로우’는 웅산이 2년만에 쓴 자작곡이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의 충격을 받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제가 할 수 있는건 음악뿐이니까,좋은 음악으로 이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겠다 다짐하고 쓴 곡입니다.”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더한 이번 앨범은 그가 평소 존경하는 선배 아티스트 신중현과 산울림을 향한 오마주도 담고 있다. 그는 신중현의 ‘꽃잎’과 산울림의 ‘찻잔’을 리메이크해, 웅산표 재즈로 재탄생시켰다.
“신중현 선배님을 빼놓고는 국내 블루스 역사를 논할 수 없죠. 평소 존경의 표시로 ‘꽃잎’을 택했어요. 산울림의 김창완 선배님은 세련되고 담백한 음악이 특징이죠. 시간이 흘러도 그분 음악은 늙지않는 것 같아요. ‘찻잔’은 제가 새롭게 편곡해 산울림의 35주년 헌정 음반에 다시 실을 겁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