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운명을 가른 건 정치력이었다(다키자와 아타루 지음, 이서연 옮김/사이)=‘센코쿠 시대’로 불리는 일본의 15세기 중반부터 100년간은 군웅할거시대로, 정치적 격변의 시기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단판승패의 격전에서 무장들의 운명의 성패를 저자는 정치력으로 가른다. 일찌감치 ‘정치력’의 권위와 인정의 위력을 깨닫고 발판을 마련한 ‘노부나가’, 굴욕적이더라도 정치적 완승부터 챙기며 대역전을 노린 ‘히데요시’, 도요토미 정권의 내분을 십분 활용해 자신의 반대파까지 끌어들인 ‘이에야스’의 정치력 등 전국시대 3대 무장의 얘기는 정치력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그늘을 걷어내 준다.
▶사기 서(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민음사)=사마천의 역작 ‘사기’가 김원중 교수의 번역으로 완간됐다. ‘사기 본기’ ‘사기 세가’ ‘사기열전’에 이어 이번에 ‘사기 서’와 ‘사기 표’가 출간되면서 4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대작이 마무리됐다. 김 교수의 20여년의 노작으로, 완역은 세계 처음이다. ‘사기 서’는 ‘사기’ 130편 중 예, 악, 천문, 치수 등 모든 사회제도와 문물을 설명한 것으로,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서’ 8편에 나타난 사마천의 주도적인 사상은 바른 교화. ‘예’는 사람의 겉모습에서, ‘악’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인성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세가, 열전과 마찬가지로 명분 없는 전쟁, 민생을 등한시한 역법 개혁 등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박경철 지음/리더스북)=‘물은 99도가 될 때까지 끓지 않는다. 100도가 되기를 기다리는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 청춘들의 멘토, 박경철이 청년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들려준다. ‘청년은 세상을 어떻게 읽고 소통해야 하는가?’ ‘청년은 자기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 자신의 시행착오와 많은 만남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조언이 묵직하다. 강연장에서 만난 청년들과의 6년간의 소통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섣부른 위로 대신, 냉엄한 현실에서 청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건네며, 스스로 정한 한계와 프레임의 감옥을 벗어나도록 돕는다. 지혜와 지식을 구분하는 법, 진짜 학습이 되는 공부법, 시간 활용, 책읽기, 글쓰기 등 실용적 지침도 귀 기울일 만하다.
▶사ㆍ과ㆍ밭ㆍ사ㆍ진ㆍ관(신현림 사진집/눈빛)=사과가 아닌 사과밭이라니. 은유와 상징을 넘어선 자리에 시인 신현림은 카메라를 통해 사과밭의 새로운 메타포를 만들어낸다. 늘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과이지만 2도만 올라가도 우리나라에선 사과나무를 재배할 수 없다. 이 땅의 환경지표인 셈이다. 시인은 ‘사과밭을 시원의 향기를 간직한 지구의 상징’으로 봤다고 말한다. 현상을 그대로 직시하거나 사물의 이질적 결합, 혹은 사진의 기술 등을 통해 그의 사진들은 많은 얘기를 건넨다. 어린 풋사과의 애틋함과 붉은 유혹, 하얀 사과꽃의 추억과 동심, 침대 위에 나뒹구는 사과들의 쓸쓸함까지 다양한 사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재계 이너 서클(중국주간 편집부, 김문주 옮김/미래의 창)=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011년 현재 중국 기업은 58개.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런데도 중국 재계의 속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 주간’의 밀착 취재로 완성된 ‘중국 재계 이너 서클’은 그간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중국 재계를 움직이는 이너서클의 실체를 생생하게 담았다. 중국기업가클럽, 타이산회, 쟝난회, 화샤동창회, 야부리포럼, 창안클럽, 징청클럽, 아라산 SEE생태협회 등 중국 재계를 대표하는 부자 클럽의 특징과 기업 총수들의 인맥이 드러난다. 또 이들이 위기에 어떻게 서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이익을 공유하는지도 밝혀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