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쇠락하고 시민단체가 기승을 떠는 시대다. 이른바 국민의 대표라는 입법부 사람들,온갖 특권을 누리며 당파 싸움, 개인 욕심의 무한대를 추구하다 무참하게 됐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 사무실이 본격 가동되는 현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도 좀 정당인들 숨쉬기 나은 쪽이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 사무실인 것 같다.
기자 르포에 의하면 최근 문을 연 양대 선거대책본부 캠프는 모두 100여평 남짓으로 조촐한 외양이다. 하지만 나 후보 캠프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관 및 당직자들로 붐비는 반면 박 변호사 캠프는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 희망제작소,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인사들로 북적댄다. 무소속이니까 당연한 일 같지만 정당 정치 실종의 현장을 보는 것같아 착잡하다. 개인과 시민단체가 힘을 쓰는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전개될까 우려되는 것이다. 나 후보 측에는 고대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 후보 쪽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적극 지지를 표명했으니 정당 사람들 출입이 앞으로 늘어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 후보는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라는 묘한 계파 관계에 따라 오히려 정당 쪽 일부 사람들과 소원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 후보도 민주당 소속이 아닌데 대표가 독려한다고 마음으로 의원과 정당 관계 사람들이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만일 나 후보가 박세일 선진화재단 등 지원 의사를 밝힌 20여 시민단체 힘을 많이 빌리거나 박 후보가 자신의 출신 모태인 참여연대 등 100여 시민단체 도움으로 당선됐을 때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아테네 같은 작은 도시의 민주주의가 아닌 한 큰 나라에서 정당 정치를 통한 의사 표현은 필수적이다. 그 많은 시민단체와 트위터가 저마다 목소리를 낸다면 배가 산으로 가기 쉽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정당 및 정치인이 할 일은 확실히 구분되는 게 맞다. 시민단체의 힘은 순수성에서 나온다. 개인의 출세와 치부 수단으로 시민단체를 이용할 경우 그 동력은 곧 사라진다. 특히 자선단체 기부행위자의 변신은 더 그렇다. 정치에 뜻이 있으면 먼저 시민운동을 포기, 시민단체를 징검다리 삼지 않는 게 순서다. 순수한 시민운동의 길이 막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