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한 포럼에 참석차 내한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9)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점령하라(Occupy)’시위와 관련, 이같이 진단했다.
12일 오전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새 책 ‘시장과 정의’(미래엔) 출간과 관련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샌델 교수는 “이번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 다룬 주제 가운데 특히 시장의 역할을 깊이있게 다뤘다”며, “돈과 시장의 관계, 윤리적인 딜레마 등 돈과 시장이 중요한 가치들과 언제 갈등하고 충돌을 빚는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정의’(원제;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는 내년 4월말 미국과 동시 출간된다.
샌델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에서 공정사회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공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각 나라에서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불평등, 공정성의 여러 담론들에 대해 신중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에서 최근 불거진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 공동선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얘기를 듣고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정의와 공정함에 대한 철학이 실생활에 구현돼 나타나는 경우라는 점에서 정말 신기한 예인 것 같다. 무상급식 논쟁에는 경쟁하는 두개의 원칙이 있다. 한 쪽은 가족의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커뮤니티의 책임이기때문에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은 아동들이 느끼는 사회적 소외감, 모욕감을 느끼기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회적 소외는 피해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아이들이 부끄럼을 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지 타진해 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누가 대상자인지 아닌지 숨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외부인으로서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토론 끝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고 토론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복지에 대한 다른 정책도 철학적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최근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벌어진 ‘점령하라(Occupy)’ 시위에 대한 생각은.
-이번 시위는 경제 위기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에 대한 분노가 포함돼 표출되는 것 같다. 경제위기가 비롯된 월스트리트의 경우 호황때는 엄청난 돈을 벌고, 구제금융으로 가면서 납세자들이 그들의 돈을 메워줘야 하는 상황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구제금융을 투자은행에 제공했을 때 정부가 조건을 달아서 주지 않았다. 여기에 공정하지 못한 두가지 문제가 있다. 수익은 민영화, 손실은 사회화란 측면이다. 또 사회적으로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제금융에 대해 대중은 분노하면서 금융산업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해야한다는 걸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금융산업에서 무모한 행동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히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 불평등과 부의 분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월스트리트 시위는 결론적으로 정의와 공평함에 대한 생각의 표출이다. 정부가 이에 대해 답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떄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스를 구제하는 일이 공정한가, 그렇지 않은가.
-경제학자가 아니라 어떤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 지 모르겠다. 유럽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분리시켜서 펴야하는데 유로화를 쓰고 있기때문에 어렵다. 유로화는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산물이다. 경제적, 정치적 요소가 복잡하게 개입돼 있기때문에 공정성을 논하는게 어렵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도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새로운 도덕이란 어떤 건가.
-글로벌 경제체제에선 새로운 글로벌 윤리가 요구된다. 기존의 도덕은 국가와 연결돼 있기때문에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 환경, 경제협력 등 글로벌해지는 문제가 많기때문에 공동의 윤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국가의 윤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자는 것이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은.
-새 책에선 시장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현대사회에의 일상생활속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즉 보건, 건강, 환경, 시민 정신 등을 다루는데 언제 시장가치의 지배를 받고 비시장적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장의 강점을 느꼈지만 한계도 깨달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이제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부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는 가치있는 도구다. 그러나 불평등이 시장때문에 심화된다. 시장의 좋은 점은 누리되 시장이 비시장적 영역에 침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