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깊어진 밀월관계가 주목된다. 중국을 공식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수뇌부와의 연쇄회동에서 양국 간 우의를 한껏 과시했다. 중국의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두 나라는 역사상 최고의 밀월기”라고 논평할 정도다. 푸틴은 귀국길에 두둑한 선물보따리도 챙겼다. 중국이 러시아 펀드에 1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최대 현안인 천연가스 공급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55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문건에도 서명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가까워지는 것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은 러시아 최고 실력자로 내년 대선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푸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러시아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적 부활을 꾀하면 중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나아가 국제정치적으로도 세계 2위 군사대국인 러시아는 중요한 존재다.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미국과 일본에 러시아와 연합, 맞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푸틴 방중 기간에 ‘양국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지속 강조한 것은 이런 속내와 무관치 않다.
‘옛 소련 영광 재현’의 큰 포부를 숨기지 않는 푸틴의 러시아도 세계 주요 2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 석유ㆍ가스의 최대 고객이다. 중국 원유 수입물량의 20% 이상을 러시아가 공급한다. 시베리아 천연가스 공급계약이 최종 타결되면 러시아에도 30년간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이는 또 한반도와 일본까지 이어지는 동북아 최대 가스시장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강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주변 정세 안정에도 일단 긍정적이다.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만 해도 두 나라가 공조하면 의외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양손에 놓고 저울질하는 행태가 제약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북한을 관통하는 러시아 가스관 설치 협의 진전이 기대된다.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북한 설득을 하면 가스관 안전도 커진다. 이럴 경우 6자회담 재개 등 꽉 막힌 남북관계 돌파구도 찾을 수 있다. 북한에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견제도 가능하지만 국제관계는 당사자의 이해에 따라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중ㆍ러 간 관계 진전 추이를 계속 주시, 정세 변화에 따른 유연하고 중립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