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예기치 못한 초유의 정전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경고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정부의 전기 수요·공급 관리 네트워크의 문제나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 등 다양한 에너지 구조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국민들에게도 그동안 전기를 무감각하게 사용한 소비 행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제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계 행성에서 자원 전쟁을 벌이는 영화 ‘아바타’의 상상이 3D 영상처럼 바로 눈앞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야, 언젠가는 돌려줘야 해”라고 말하는 나비족의 말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전기자동차, 자원재활용, 그린주택 등 지구를 생각하는 녹색산업의 강조는 이미 오래되었다. 녹색산업 분야의 중소기업들은 기업의 미래가 녹색기술 개발과 친환경 제품 개발에 있음을 인지하고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 환경선진국에 비해 초보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녹색산업은 정부의 규제와 정책,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전기자동차, LED 조명 등 기존의 제품보다 가격이 매우 높아 판로가 어려운 제품들은 정부 지원이나 보조금 없이는 사업이 힘든 상황이며, 국민들은 녹색소비는 찬성하지만 가격이나 품질 앞에서는 망설이게 되는 합리적 소비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녹색성장’에 대한 인지도는 85.3%나 되지만, 녹색생활 실천은 36.6%로 인식과 실천의 심리적 간극이 존재한다.
일부 기업들은 사회 전반적인 녹색 패러다임에 발맞추어 ‘친환경’을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여 제품의 콘셉트로 사용하거나 전체 공정 또는 원료 중에 일부만 해당되는 친환경 과정을 전체 제품으로 확대하여 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해 녹색 인프라의 저변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소비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투자를 유인하여 녹색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녹색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인증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녹색투자 성과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며, 공공기관의 녹색구매를 의무화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여 구매 담당자의 권고사항에 그치는 우리 현실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애플의 성공신화처럼 제품 생산의 하드웨어 구조와 콘텐츠, 서비스의 열린 소프트웨어 구조의 결합이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고 있다. 국내 울타리를 넘어 세계 녹색시장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우리 녹색 중소기업들이 선진국의 녹색보호주의나 그린 기술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거나 끝없는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의 사랑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 분야 녹색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스스로 경쟁우위를 가지는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