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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셀러 돌풍 왜…‘도가니’ 등 영화뒤 소설 폭발적 판매
스크린셀러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오픈 마켓, 11번가에 따르면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지난 9월 22일 영화 개봉 이후 740%나 매출이 뛰었다. 미국 LA에서의 영화개봉에 맞춰 소설은 또 한번 뛸 전망이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도 지난 7월 말, 개봉이래 그림책과 원작동화가 함께 ‘베스트셀러 톱10’에 진입하는 등 영화 개봉 이후 400% 가까이 매출이 상승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윤석, 유아인 주연의 ‘완득이’도 이미 2배 가까이 매출이 오르면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따라 원작소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공주의 남자’와 ‘무사 백동수’의 책 매출은 각각 450%, 300%나 늘었다. 방영 첫 회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BS 새 역사소설 ‘뿌리깊은 나무’의 경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이정명의 원작소설도 방영 1주만에 베스트셀러 7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스크린셀러 현상, 왜?=스크린셀러란 영화와 베스트셀러를 조합한 신조어. 영화의 성공으로 원작 소설이 다시 주목받는 걸 말한다. 스크린셀러라는 말이 국내에 바람을 탄 건 2009년 영화 ‘트와일라잇’ 열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목받지 못했던 소설이 영화 개봉 이후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유사 소설들의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영화로 화제가 된 ‘더 리더’ 역시 원작소설이 별 주목을 끌지 못하다 영화 개봉이후 판매량이 급증한 경우. 영화 ‘백야행’의 흥행 성공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젠 서점 주요 판매대를 독차지할 정도다.

소설의 영화화는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국내에선 ‘깊고 푸른 밤’,‘겨울나그네’ 등 최인호의 소설 상당수가 70년대 도시 생태와 감각을 반영하며 영화화돼 대중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다만 당시엔 소설의 인기를 업고 영화로 성공하면 그게 다다. 즉 영화가 다시 책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지 못한 반면, 최근엔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구매를 다시 일으키고 있는 것. 여기에 어떤 요인이 작용한 걸까. 



이는 출판 유통채널의 다각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인터넷 서점, 오픈 마켓,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에 따른 마케팅의 힘과 다양한 할인 혜택이 쉽게 주머니를 열게 한 것이다. 독자들로선 검증된 소설을 최대 반값으로 볼 수 있기때문에 경제적이다.

문화콘텐츠 소비양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영상세대들에겐 일단 스크린과 화면을 통해 콘텐츠를 흡수하는게 먼저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가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 영화에 이어 책 정보가 교환되면 다시 입소문을 타고 사회적 동조현상을 따르게 된다. 특히 경쟁사회에서 남들이 아는 것 정도는 따라가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영화건 소설이건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를 낳게 된다. 당연 감동이 전제돼야 한다.



▶스크린셀러 득과 실=스크린셀러는 영화와 출판시장에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쪽에선 독자들에게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초기 비용과 마케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소설 사냥’에 적극적이다. 이는 최근 블럭버스터에서 저예산 영화로 돌아서면서 더욱 기울고 있다.

출판쪽에선 스크린셀러 돌풍은 그야말로 덤으로 생긴 시장이라는 점에서 희색이다. 이미 책을 사 본 기존 독자가 아닌 영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독자층이기 때문에 더 반갑다. 최근 청소년 소설 ‘그냥 컬링’을 펴낸 민음사의 이미현 부장은 “‘그냥 컬링’이 소설 ‘완득이’ 만큼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영화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며 은근히 기대감을 보였다.

현재 가장 떠오르는 잠재 스크린셀러는 지난 초여름부터 베스트셀러 톱 10을 지키고 있는 정유정의 ‘7년의 밤’.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로운 소재로 일찌감치 영화화가 결정됐다. 작가의 이전 소설 ‘내 심장을 쏴라’,‘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등도 모두 영화화가 예정돼 있다.

최근엔 영상을 염두에 둔 소설쓰기 작업도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불멸의 이순신’,‘황진이’,‘조선명탐정’ 등 원작소설이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소설가 김탁환은 심지어 특정 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아 소설을 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영화화를 겨냥한 글쓰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소설은 문체가 만들어내는 고유의 소설적 영역이 있기때문이다.

좋은 시나리오 작업 발굴과 투자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도 큰 손실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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