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10조·경제효과 67조원
국가경제 새 활력소 기대
초고층 마천루 만으론 부족
치밀한 개발 콘셉트 점검을
서울 용산은 남쪽으로 한강, 북쪽으로 남산을 접하고 있는 배산임수의 명당터다. 하지만 몽고군을 비롯해 청나라군, 일본군에 이어 미군까지 외세가 터를 잡고 군사력을 과시한 민족수난의 상징적 입지다. 용산 개조작업은 이같은 점령의 역사를 벗고 우리의 자존을 살리는 사업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도시정비사업인 31조원규모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4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첫삽을 뜬데 무게가 실리고 부동산시장의 눈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의미에서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330만㎡의 구도심에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해 첨단사무용 빌딩과 주거 빌딩, 호텔과 백화점 등 67개의 업무상업용 빌딩이 오는 2016년까지 들어서면 서울은 대변신을 하게 된다.
중국 상해가 푸동으로 얼굴을 바꿨듯이 서울은 아시아권의 첨단 마천루 중심권으로 변신하게 된다. 공사물량이 10조원대로 36만명의 고용유발 등 경제효과만 67조원대에 달한다니 글로벌 금융위기와 내수궁핍에 시달리는 국내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여기에 오는 2016년 반환되는 용산 미군기지에 여의도만한 크기의 국가 공원조성을 주요골자로한 1조2000억원규모의 용산공원 기본계획이 확정, 용산 동서의 리뉴얼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남산~한강의 녹지축과 첨단 빌딩, 주거단지 건설은 향후 10년 동안 부동산시장의 최대 관심권으로 부상할만하다. 한강을 낀 직주근접에 센트랄 파크형 녹색환경, 사통팔달의 교통망, 첨단 IT인프라 등 미래도시의 핵심요건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더욱 그렇다.
고급 주택수요층이 핵심위치탐색과 일부 가격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민족 자긍을 살리고 서울 중심가의 최초의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개발 컨셉이 너무도 빈약하다. 유명건축가를 끌어들인 초고층의 마천루군락으로 도심 부활과 세계속에 서울 이미지 각인을 꿈꾼다면 큰 오산이다.
노후화(?)를 딛고 활력이 넘치는 세계 도시의 변신은 각고의 노력과 아이디어, 개발전략에 기인한다. 피아트 자동차로 급성장한 토리노가 폐허위기에서 다시 부활한 것은 78개 유망중소기업을 발굴, 도시재생에 세계적 지식기반단지를 활용한 덕분이었다.
올드 도시 맨체스터, 런던, 이스탄불, 두바이 역시 도시재생에 독특하고 기발한 개발컨셉을 도입해 회생능력이 강한 도시(Resilient Cities)로 재탄생했다.
인구, 경제 등의 트랜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적응성(Adapability)과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발전시켜 나가는 지속성(Continuity)확보에 역점을 둔 결과다. 더구나 이를 수용, 점검하기위해서는 재생사업이 중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동경 대표적 도시재생사업인 록본기 힐 프로젝트 완성까지 20여년, 암스테르담의 IJburg사업은 무려 40년에 걸친 추진되는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용산 개조작업을 불과 5~6년만에 마무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국제단지와 미군기지 개발계획이 각기 독립적으로 수립, 연계성도 부족하다.
지역주민의 열정적 동참과 적극적 투자유치책 역시 부진하다. 중장기 오피스빌딩시장 환경마져 여의치 않다. 올 도심권 오피스빌딩 전체 공급면적이 1050만㎡를 돌파, 전체 수요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매년 수요와의 격차가 확대, 2014년에는 공급규모가 1100만㎡를 상회하게 된다. 서울의 경우 매년 63빌딩(연면적 16만㎡) 8개동 규모가 공급, 심각한 공급초과현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미 청계천 요지나 상암지구 프라임 빌딩의 매물이 원가이하 수준에 나온다. 오피스빌딩으로 사업수지를 맞추려는 용산의 개발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해외투자자 유치와 주민보상마찰, 미군기지이전 재원 마련, 부동산시장침체에 따른 수익성 확보 등 산적한 과제를 극복해 나가기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개발컨셉과 사업전략의 재점검이 필수다.
장용동 대기자/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