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둘러싼 민주당의 반발이 너무 심하다. 국익에 대한 고려보다 정치적 이해에 너무 앞선 느낌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17일 이른바 ‘한ㆍ미 FTA 끝장토론’을 열었지만 민주당 측 토론자들의 퇴장 소동으로 무산됐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손해 보고, 준비 없는, 부자 중심, 주권침해 FTA에 반대한다’고 계속 버텼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몸싸움을 해서라도 저지하겠다”며 ‘신(新)을사늑약’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계속 반대는 설득력이 없다. 한ㆍ미 FTA는 민주당 집권 시절인 김대중 정부 때 구상되고, 노무현 정부 시절 협상을 마무리했다. 당시 정권에 우호적이던 급진 좌파 집단이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앞장서 무마했다. 특히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그 핵심이었다. 그는 주한 미국대사에게 “한ㆍ미 FTA는 양국 관계를 지탱할 기둥”이라고 말하는 등 ‘FTA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자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이라며 틈날 때마다 그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런 그가 ‘FTA는 을사늑약이고 협상 대표는 이완용’이라고 몰아붙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기 부정의 극치다.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손 대표 역시 보기가 안쓰럽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후보 시절 그는 FTA 적극 지지자였다. 그리고 민주당에 입당한 뒤에도 ‘국익이 우선’이라며 FTA에 관한 한 소신이 확고했다. 그런 그가 당내 기반 취약을 메우려 강경 반대론자들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지도자 덕목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신념 있는 지도자로 각인되려면 엉뚱한 정동영 씨와 차별화의 길을 가라고 충고하고 싶다.
정치는 신뢰가 생명이고 최고의 덕목이다. 정치 철학과 정책이 정략적 이해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지금 FTA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그렇다. 물론 시대 상황과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의 기조가 불가피하게 바뀔 수 있다. 또 상대의 양보를 조금이라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FTA 반대는 너무 옹졸하다. 일단 외통위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입장 차이를 좁히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회 표결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억지 주장이 심해지면 국회 표결이 불가피하다. ‘몸싸움 불사’ 운운하는 전근대적 사고를 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