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용카드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드 수수료 분쟁은 중재에 나서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소극적인 가운데 칼자루를 쥔 카드사(甲)와 약자인 음식점을 비롯한 가맹점(乙) 간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지난해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챙겨간 수수료가 7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8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는 연간 매출 2억원 미만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만 현재 2%대에서 1.6~1.8%대로 인하하겠단다.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2억원 미만 개인 중소 가맹점 매출액은 350조원(2009년)이다. 매출액 대비 카드 발행 평균비율이 10.78%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 중소 가맹점의 연간 신용카드 발행금액은 38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 인하율(0.2~0.4%)을 적용하면 인하되는 수수료는 적게는 760억원, 많게는 1520억원이다. 이는 카드사 전체 수수료 금액(연 7조원)의 1.09~2.17%에 불과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가맹점들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음식점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이익률은 7.52%다.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가맹점 매출액의 2.49~2.70%로서 식당 주인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35%나 된다. 가맹점은 적자가 나도 카드 수수료는 챙겨간다.
재벌 계열사인 6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1조 8642억 원에서 지난해 2조 7217억 원으로 46%나 급증했다. 이번 카드 수수료 분쟁은 생색내기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카드사는 원가 요소를 분석해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여 전체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대폭 내리는 방향으로 고통 분담에 나서기 바란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8%%로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0.7%), 호주(0.8%), 덴마크(0.95%)에 비하면 2배 내지 3배나 된다. 우리나라 카드사가 외국 카드사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가맹점들이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카드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수수료 차별화 전략’이 문제다.
일반음식점 카드 수수료율은 2.49~2.70%인 반면, 백화점ㆍ대형마트ㆍ골프장 등 소위 힘 있는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고 힘이 없을수록 더 무거운 수수료의 짐을 지는 사회가 ‘공정사회’일 순 없다. 수수료율을 1.5%로 내려 달라는 음식점업계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재계는 ‘자본주의 4.0시대’를 맞아 대ㆍ중소기업이 ‘공생발전’하기 위해 산업생태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도 대기업인 카드사가 내수침체로 고사(枯死) 상태로 내 몰리고 있는 자영업 생태계를 살리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甲)에게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카드사는 이번 기회에 카드 수수료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자주 사회 문제로 불거져 고질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