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는 행복한 척, 유쾌한 척 판박이같은 함박웃음을 띤 인물을 경쾌하게 그린다. 그러나 여성들은 마음의 창인 두 눈을 가린 채, 가면 뒤로는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올해 제6회를 맞는 청작미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김지희 작가가 지난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두꺼운 평면을 만든 뒤 전통재료로 톡톡 튀는 인물을 그린다. 동양화와 팝아트의 상큼한 접목을 시도한 것.
작가는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들 활짝 웃고 있지만 사실 그 외면 뒤론 저마다 고독과 애환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원에 들어간 뒤 초등학교 때 피에로가 무대 위에서 우는 모습을 그렸던 게 떠올라 현대인들의 내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지희의 ‘봉합된 미소’ 연작은 치아를 꽉 조여 가지런하게 만드는 교정기는 억압을 상징하는 장치이며,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명품 로고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채 헛된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은유한다. 따라서 활짝 웃는 여성들은 사회의 천편일률적인 틀에 맞춰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인 셈이다. 특이한 점은 그 고독한 자화상이 어둡지 않고, 밝고 화사하다는 점이다. 젊은 작가다운 풍자인 셈. 때문에 그의 작품은 교정 전문 치과의들 사이에 인기가 꽤 높다.
뉴욕의 미술평론가 조너던 굿먼은 “김지희는 순수한 즐거움과 무사태평한 경험이란 가면 뒤에 감춰진 것에 관심이 많다. 가벼운 즐거움에 내맡겨진 지루한 삶을 미묘하게 비판하는 이미지들”이라고 평했다.
청작미술상은 청작화랑이 유능한 작가 발굴과 지원을 위해 1997년 제정했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초대전의 기회가 부여된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02)549-3112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