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 응원 서신을 전달하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야는 안 원장 등장이 팽팽한 선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섣불리 가늠하기는 어렵다. 박 후보 측은 ‘판세를 굳혔다’고 하나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 주장처럼 이미 효과가 반영,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목되는 것은 선거전 영향이 아니라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다.
박 후보 캠프 방문을 앞두고 안 원장은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인이라는 딱지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박 후보 캠프 방문을 결정하는 순간 그 딱지를 스스로 붙였다. 이제부터 안 원장은 ‘정치인 안철수’에 걸맞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실 이번 선거전에서 보인 안 원장의 모습은 당당하지 못했다.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뒤 “학교에만 전념하겠다”며 깨끗이 물러나 ‘안철수답다’는 평가와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끝까지 약속을 지켰어야 했다. 몸은 정치권 밖에 있으면서 박 후보를 통해 적당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라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그런데 판세를 지켜보다 모습을 드러냈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 것은 기성 정치인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특정 정파의 유ㆍ불리를 떠나 안 원장이 이번 선거전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를 바랐다. 정보통신(IT)전문가, 사업가, 교수, 의사로 젊은이들의 롤 모델로 남아달라는 것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그는 이른바 안풍(安風)을 일으키며 구태를 벗지 못한 정당과 정치판에 강력한 경고장을 던졌다. 그가 일거에 유력 대선후보로 부각되며 정치판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에 크게 기여했고, 그만큼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리에서 그가 할 일은 권력을 쥐고 할 수 있는 것보다 어쩌면 더 크고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결국 정치와 권력을 선택했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안 원장은 지금처럼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정치적 상황을 즐기면서 유리한 방향으로 슬쩍 몸을 맡기는 것은 결코 안 원장답지 않다. 당당히 정치 무대에 올라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 철학을 밝히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당장 국립 서울대 교수 자리부터 내놓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