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대통령 후보 반열로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젊은이들에게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안 원장이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기업가에 대한 두 가지 개념을 자주 사용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企業家)와 사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起業家)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후자의 기업가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원장이 말하는 기업가는 영어로 풀이하자면 ‘entrepreneur’에 가깝다. ‘모험적인 사업가’를 뜻하는 것으로, 이미 그 개념은 몇백년 전부터 있어왔다. 마이클 포터, 톰 피터스와 함께 현대 경영학의 3대 구루(Guru)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가(entrepreneur)라는 단어는 200년 전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밥티스트 세이(Jean Baptiste Say)가 처음 쓰기 시작했으며, 20세기 들어선 혁신을 강조하는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자’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도전적인 기업가가 혁신을 만들고 세상을 바꿔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도 이윤을 추구하는 전통적 기업가(business man)가 아닌,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entrepreneur와 유사하다.
이런 까닭에 21세기 들어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정부 부문(제1섹터)과 민간 부문(제2섹터)을 넘어 2개로 양분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제3섹터’로서 주목받고 있다. 제3섹터 기업으로 대표적인 곳은 세계적인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아쇼카 재단(Ashoka’s Change makers)’과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기업(Mondragon Corporation)’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기업 활동은 활발하다. 아쇼카나 몬드라곤처럼 자생적으로 발생해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565개의 사회적기업이 인증을 받았으며, 예비 사회적기업도 12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이들 사회적기업에 올해보다 9% 늘어난 17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예산의 구성을 살펴보면 인건비 지원 비중이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예산의 70%인 1236억원이 사회적기업 인건비로 지원된다.
인건비 중심의 사회적기업 지원이 어느 정도 항구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최근 고용노동부가 인건비 지원이 끊긴 사회적기업 3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인건비 지원이 중단된 직원의 3분의 2가 사회적기업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중심의 지원이 갖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후 본격화된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은 5년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인건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안 원장이 말하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생태계에는 아직도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