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役 수석무용수 김지영
마이요가 ‘줄리엣을 위한 작품’이라고 했던 것처럼, 줄리엣의 비중이 매우 크다. 이번 줄리엣 역은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지영(33·사진)과 김주원(34)이 나눠맡는다. 27일, 29일(낮), 30일 무대에서 김주원표 줄리엣, 28일과 29일 무대는 김지영의 줄리엣을 볼 수 있다. 로미오는 수석무용수 이동훈과 스페인 출신의 무용수 아시에르 우리아게레카가 나눠 맡는다. 25일 리허설 현장에서 김지영을 만났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14세의 어린 줄리엣이 사랑을 겪으며, 점점 성숙해져요. 근데 마이요의 줄리엣은 그녀가 강인한 사랑 그 자체로 표현되죠. 오히려 철부지 로미오가 줄리엣에 의해 점점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이요의 줄리엣은 21세기형 강인한 여성이다. 김지영은 그런 줄리엣에 대해 “우리가 아는 보통의 14살 소녀가 아니라,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과 ‘소녀’의 중간쯤 된다”고 표현했다.
사실 마이요의 작품은 동작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마이요의 작품은 다른 클래식 발레에 비해 자연스러운 표현을 강조한다. 춤추는 듯한 느낌 말고, 정말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담아야 해서 힘들다”면서도 “발레리나로서 다른 방식의 감정 표현을 배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마치 한국어만 하다가 불어를 배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지영은 원래 공연 예정이던 김용걸이 발뒤꿈치 부상으로 출연하지 못하게 되면서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아시에르 우리아게레카와 호흡을 맞춘다.
급히 커플을 이루게 된 파트너와의 호흡에 대해 그는 “물론 그동안 연습도 못 하고 연습기간이 짧았지만, 다행히 마이요 작품의 무용수 경험이 많아 잘 리드해준다”며 “주위에선 같이 오래 춤춘 사람들 같다며 잘 어울린다고 한다”면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는 달달한 로맨틱영화보다는 예술영화에 가까운 느낌이라며 집중력을 쏟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동작들에 섬세한 감정들이 담겨있어요. 물론 그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지만, 관객분들의 눈도 카메라 렌즈처럼 줌인아웃(zoom in-out)을 반복하며 봐주셨으면 합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