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 출신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됐다. 앞서 그는 민주당 후보와 범야권 후보 경선에서 겨뤄 승리한 바 있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정당정치의 패배이자 MB정부 실정의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MB의 내곡동 사저 파문은 결정적 패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 결과도 뻔히 보이는 듯싶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까지 나서 총력전을 벌인 한나라당은 뼈저린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살인적인 전세난과 물가고가 극성인데도 집권 세력은 시종 무기력했다. 집권 여당이라면 피했어야 할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의존하는 고식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이석연 시민단체 출신의 후보 경선 하나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자기끼리의 옹졸함이 결국 오늘의 참패를 가져온 것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와 무소속의 승리이지 그들의 승리가 아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한나라당보다 더 깊고 아플지 모른다. 집권까지 했던 최대 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불임정당이 된 것만 해도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모다. 또 선거전이 ‘박근혜 대 안철수’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제1 야당이 철저히 소외된 것은 치명적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에 얽혀 억지와 몸싸움만 일삼는 야당에 국민들이 마음을 줄 리가 없다. 존폐의 기로에 몰린 위기감을 깨닫고 쇄신하지 않으면 내년 양대 선거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 시장 당선자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의 무게를 한층 느껴야 할 것이다. 이제 박 시장은 특정 정파와 시민단체의 대표가 아닌 1000만 서울시민의 대표로서 재정을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에만 연연할 수 없다. 특히 선거를 도운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여 서울시정을 망쳐서는 안 된다. 전문성과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시정에 개입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노무현 정부 시절 충분히 경험했다.
시정의 일관성 유지도 중요하다. 박 시장이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한강르네상스 사업만 해도 그렇다. 시민들의 최대 휴식공간이 된 한강변 개발을 전임 시장의 사업이라고 무작정 부정하면 세금 낭비는 물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논란만 불러온다.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