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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니라 진정성
언행불일치 리더의

말은 새털보다 가벼워

신뢰·진정성 없으면

SNS도 껍데기일 뿐



기업 임원이나 중견관리자를 대상으로 ‘성공하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할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강의를 하기도 전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우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회의 섞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기술’이라고 오해한 데서 나오는 질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말을 매끄럽게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을 매끈하게 잘하는 사람 중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반대로 말을 정말 어눌하게 하는데도 성공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례도 있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변’이 아니라 자신의 ‘말의 무게’를 무겁게 만드는 것이다. 말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기 위해 리더는 ‘생각-말-행동’을 일치시키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인간인 이상 ‘생각-말-행동’의 일치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게 일치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노력은 해야 한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그 리더의 진정성을 느낀다.

어느 대기업의 오너 CEO는 언론 인터뷰, 신년 인사 등에서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하며 강조했다. 돈을 많이 들여 근사하게 광고도 했다. 하지만 그 오너는 임원 인사를 수시로 할 뿐만 아니라 임원을 구둣발로 차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신년 연설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인재를 중시한다’고 주장을 해도 그 말의 무게는 새털보다 가볍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혜성처럼 나타나 정치권을 한바탕 소용돌이치게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 원장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할 때 ‘훌륭한 커뮤니케이터’ 사례로 안 원장을 들었다. 어눌하고 느릿한 말투를 가졌지만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고 많이 노력했기 때문’에 안 원장의 말에 무게감이 실렸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보았다. 그것이 바로 안 원장의 힘이다.

어떤 말을 하든 그 말에 책임을 질 것으로 믿어지는 사람. 신뢰는 어떤 화려한 언변보다 강력한 무기다. 앞으로 안 원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또 사람들이 그의 말에 여전히 무게를 실어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좋은 커뮤니케이터’임에 틀림없다.

내년 말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라 할 만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치열했다. 말을 잘하는 후보와 말을 유난히도 못하는 후보 간 토론이 여러 차례 있었다. ‘말을 유난히 못하는 후보’가 시장이 됐다. 사람들은 ‘어눌한 언변’ 뒤에 숨어 있는 다른 무엇을 보았기 때문에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화려한 언변’이 결코 커뮤니케이션과 동의어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한나라당은 최근 선거 때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골치가 아팠다.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공유하는 젊은 세대가 SNS를 이용해 빠르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SNS 단속을 했지만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인을 분석하던 한나라당이 SNS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한다. 요즘 SNS세대의 인터넷 용어를 빌리면 한마디로 ‘안습’이다.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진정성, 그리고 말을 하면 믿고 싶게 만드는 무게감이 없다면 화려한 언변이나 SNS는 모두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아직도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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