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귀천, 천상병)”
‘잘먹고 잘 사는 것’이 모두의 화두이던 때가 있었다. 보다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위해 사람들은 ‘웰빙’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TV 프로그램의 제목마저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타이틀을 대놓고 걸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기세였던 것이 지난 10년이라면 지금은 조금 다르다.
최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5년 미 명문 스탠퍼드 대학의 연설에서 췌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인생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죽음은 새로운 것이 옛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다”라고.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은 잡스는 자신의 지나온 생을 정리하며 남은 생을 더 풍요롭게 가꿀 수 있었던 것이다. ‘웰다잉’이었다.
이젠 그 웰다잉(well-dy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웰다잉’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안락사 논쟁에서였다. 지난 2009년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생명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였다. 존엄한 죽음의 실천이라고 세간에선 입을 모았고, 이 역시 웰다잉의 한 모습이었다. 비단 김수환 추기경만은 아니다.
지금 온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웰다잉 모임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고 웰다잉 체험 에세이도 서서히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담대하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부녀의 체험 에세이 ‘웰 다잉 다이어리(재니스 A. 스프링-마이클 스프링 , 바롬웍스)’라는 단연 눈길을 끈다.
‘웰 다잉 다이어리’는 임상심리 전문가인 딸이 ‘웰 다잉’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하루하루를 일기형식으로 리얼하게 담은 호스피스 병상일기다.
이 책에는 연명치료의 문제와 필요성이 부녀의 체험을 통해 생생하게 서술됐고, 인생의 영원한 마침표인 죽음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맞이하는 자세가 차분하게 담겨있어 국내 독자들에겐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만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혼자 남은 아버지의 나날을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5년간의 고단한 여정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때문에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내적 갈등을 겪고 이는 다시 가장 아름다운 삶으로부터의 이별을 배우게 한다. 더불어 독자들은 그 과정을 함께 걸으며 막막한 어둠처럼 드리웠던 죽음의 그림자를 더 담담히 받아들이게 해준다. 그것이 바로 웰다잉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