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선정하는 제19회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수상한 번역가 하이디 강은 독일어로 번역, 출간한 김 훈의 ‘칼의 노래’에 대해 심상을 담아내는 함축적인 표현이 많아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외국어대 독일어과 교수로 활동해온 하이디 강은 “평소 한국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순신이 영웅이기보다 자기자신을 희생한 인물이라는 데 매력을 느껴 번역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디 강은 63년 서울대에서 독일어 회화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한국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남편 강빈구 박사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9년동안 독일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염무웅 교수가 평론집 ‘문학과 시대현실’에 쓴 ‘과거사 한두 장면’에는 하이디와 남편 강빈구 박사, 천상병 시인이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 얘기가 나온다.
‘칼의 노래’ 공동번역자인 안소현씨는 “작품의 짜임새가 촘촘해 번역작업이 끝나갈 즈음엔 탈진할 정도가 됐다“며, 치열한 과정이었음을 털어놨다. “단어 하나하나가 울림이 있어 이건가보다 싶으면 다른게 따라오고 해서 담아내는 게 싶지않았다”며, “소설가가 공감하고 싶어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고착된 뜻이 아니라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번역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상문학상은 시 부문에는 신달자 시인의 시집 ‘종이’가, 소설로는 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 희곡부문엔 최치언의 ‘미친극’, 평론은 염무웅 교수의 ‘문학과 시대현실’이 수상했다.
신달자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이번 시집이 나오기까지 7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며, “종이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성이랄까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가 임철우는 작품을 열심히 발표하는데 독자들이 읽어주지 않는 현실에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1980년 5월을 겪으면서 뭔가 증언해야 한다는 의무감, 부채에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는 문학을 시작했을 때의 의무, 신앙같은게 많이 변해가고 있다며, 그런 속에서 ‘기억하는 자’로서 자신의 문학적 소임을 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평론가 염무웅 교수는 “나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비평을 한다는 건 우리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마땅치 않게 느껴지는 이 시대와문학을 통한 대결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십수년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염 교수는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고 한,두시간씩 산책을 하면서 글 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소설가 임철우,번역가 안소현, 평론가 염무웅, 번역가 하이디 강, 시인 신달자, 희곡작가 최치언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