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연 상명대 겸임교수 문화재 항공촬영 시리즈 첫‘전라의 숨결’출간
단순 항공촬영 벗어나잘못된 표기·전문용어 등
알기쉽고 정확하게 풀어
사재 12억 들여 역사 재해석
방대한 문화재 정보도 담아
문화재 백과사전 방불
우리 문화와 정신의 결정체인 문화재 900여점을 항공 촬영으로 담아낸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숨결’(다래나무)이 김치연 상명대 겸임교수의 3년여 작업 끝에 발간됐다.
전국 각 시ㆍ도별 모두 1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작업으로 나온 ‘전라의 숨결’(전3권)은 전라지역 12개 시 25개 군의 문화재 168곳의 입체적인 항공사진과 설명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은 그동안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잘못 표기해온 안내판과 안내책자를 조선왕조실록 등 고문헌과 각종 논문 1200편을 참조해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새로 쓰는 우리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책 속에서 평면적으로 보아온 우리 문화재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경관을 함께 조망함으로써 자연과의 조화를 소중하게 여겨온 한국의 미를 오롯이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특별하다.
김 교수는 “각 문화재를 사실에 입각해 기술하고 한문과 어려운 문화재 용어를 일일이 풀어써 일반인들이 늘 곁에 두고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항공촬영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헬륨가스 부력을 이용하고 전동모터로 추진되는 비행선을 택했다. 지금까지 찍은 항공사진은 약 4만장, 평면사진은 약 3만5000장이다.
김 교수가 바로잡은 잘못된 표기 가운데 하나는 전북의 명승지로 잘 알려진 내소사의 유래명이다. 신라시대 창건한 절로 여러 문헌에 따르면 내소사는 고려 중기까지 소래사로 불려오다 조선 전기에서 중기까지는 소래사, 내소사의 명칭을 같이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내소사의 유래를 중국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자기의 성을 딴 소(蘇)에다, ‘왔다’는 뜻의 내(來)를 붙여 내소사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지만 연대가 맞지 않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전라도 사찰 중 으뜸으로 꼽히는 영광 불갑사 전경. |
우리나라 최대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의 창건 연대도 바로잡았다. 지금까지 추정연대로 기록돼 왔지만 최근 발견된 ‘금제사리봉안기’ 내용에 따르면 639년(백제 무왕 40년) 전후 축조됐다.
지방 고을 수령이 공무를 보던 동헌과 수령 가족들이 생활하던 살림집 내아를 함께 볼 수 있는 김제관아는 알려진 대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화재는 아니다. 김 교수는 나주에도 내아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최근 굳어지고 있는 법성포와 불갑사를 연계시켜 법성포를 최초의 불교 도래지로 보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지며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진가는 문화재를 감상하는 눈높이의 변화다. 사람의 그림자, 마당의 풀 한포기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잡아 넓고 깊은 시야를 제공한다.
한국 민가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담양 소쇄원과 조선 선비의 맑은 사유을 보여주는 깊은 숲에 묻혀있는 식영정, 풍류가 흐르는 면앙정, 사미인곡의 산실 송강정 등 멋과 흥을 느껴볼 수 있는 담양 이야기와 사진은 오래 시선을 붙든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대파한 걸 기념한 명량대첩비는 울돌목의 조류를 봐야 감동이 크다. 명량대첩 당시 오전 초속 6m의 빠른 물살의 방향을 잡아내 항공 촬영한 사진은 명량대첩의 대승이 가능했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문화재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 역사를 현재성으로 읽어내려는 저자의 값진 노력이 읽힌다.
탐관오리 조병갑의 농민수탈과 전봉준의 동학혁명의 발단이 된 김제 만석보지, 왜적에 조ㆍ명연합군으로 맞섰지만 끝내 함락한 남원성과 남원성에서 전사한 충신을 모신 만인의총 등 역사적인 사건들을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값지다. 방대한 문화재 정보를 알기 쉽고 정확하게 구성해 문화재 백과사전으로 불릴 만하다.
김 교수는 2013년까지 전권 13권을 낼 예정으로, 이를 2권으로 집약한 영문판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사재 12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현재 제주도와 독도, 울릉도,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촬영을 완료했으며, 경상북도 95%, 충청도 80%, 경기도 50%, 강원도 70%를 완료한 상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