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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크’ 배순훈관장,국회의원에 ‘6번 사과’後 사퇴결심?
미술관장직에 큰 애착을 보였던 배순훈(68)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한 것과 관련해 문화계에서 원인 분석이 한창이다.

배순훈 관장은 지난 10월 10일 정부에 사표를 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일 이를 최종 수리함으로써 퇴진했다. 임기를 4개월 여 남겨놓은 상태인 데다, 연임까지도 조심스레 점쳐지던 상황이어서 배 관장의 사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 관장은 서울 경복궁 앞 옛 기무사터(소격동)에 새로 짓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즉 ‘UUL 국립서울미술관’의 개관(2013년 예정) 준비에 큰 의욕을 보인바 있어 사표 제출과 관련해 해석이 구구하다.

더구나 배 관장은 문화부로부터 사표 수리를 통보받은 당일(10월31일)까지도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직원 체육대회에 참석해 행사를 진행한바 있다. 배 관장은 체육대회 도중 문화부로부터 "사표가 수리됐다"는 전화통보를 받고, 직원들에게 "나는 이제 미술관을 떠난다. 앞으로 미술관을 잘 이끌어달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 관장이 지난 달 사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문화계 일각에선 10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문화부 국정감사 때 민주당 최종원 의원과 벌인 설전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 관장은 최 의원 등과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심한 말싸움을 벌였고, 이와 관련해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6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그리곤 곧 이어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국감에서 최 의원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굳이 ‘UUL(울) 국립서울미술관’이라 명명할 필요가 있느냐. 뉴욕 한복판에 갖다 놔도 이를 해석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따졌고, 이에 대해 배 관장이 "그럼 뭐를 원하느냐"고 항의하며 설전이 벌어졌다. 최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배 관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답변하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고성으로 맞대응하자 "국회를 능멸하는 것이냐"며 문제 삼았다. 결국 양측의 대립은 배 관장이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사과하면서 마무리됐다.



배 관장은 이같은 분석에 대해 2일 “지난 국감 때 벌어진 일로 마음이 상했던 건 사실이나 그것 때문에 사표를 낸 건 아니다”면서 “(취임 당시) 어려웠던 미술관 운영이 정상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밝혔다.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기계과)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배 관장은 귀국 후 대우전자 사장과 회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때 장관 출신으로 직급이 두 계단이나 낮은 국립현대미술관장직에 지원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관장 취임 직후에는 일간신문과 잡지 등과의 인터뷰와 강연 등을 100여회 넘게 하는 등 미술관 알리기에 힘을 썼다. 그러나 취임초 배 관장에게 기대가 모아졌던 ‘미술관 중흥을 위한 외부 기부금 확보’은 매우 미흡했고, 내부 전문직(큐레이터)과의 소통도 원활치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배 관장은 부인이 서양화가인 신수희(67) 씨이며, 2남 1녀 중 아들 배정완(39) 씨는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미술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편 문화부는 배 관장의 후임으로 윤남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을 관장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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