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로 푸는 갈매기’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가 고전의 현대적 해석에 능한 연출가 오경택의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갈매기=비극’이라는 공식을 깨고 ‘갈매기=코미디’라는 해석에 방점을 찍었다. 또 ‘갈매기=어렵다’는 등식도 ‘갈매기=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해석하는 유연함을 더했다.
‘갈매기’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70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다시 희곡을 쓰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만든 동시에 그에게 희곡작가로서 가장 큰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13명의 등장인물이 복잡하게 얽힌 5개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인간의 사랑과 삶의 다양한 형태를 묘사했다.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과 좌절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 연극사에 큰 획을 그은 수작으로 손꼽힌다.
작품은 대사나 메시지 전달에 대한 강박을 벗고 한결 가벼운 표현을 더했다. 오경택의 ‘갈매기’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행동을 통해 표현한다.
배우들은 직접 색소폰과 피아노를 연주하며, 극의 마지막에는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화려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측은한 느낌이 드는 왈츠를 선보인다. 등장인물들이 추는 왈츠는 마치 유리에 갇혀 제자리 춤을 추고 있는 오르골을 상징, 아름답지만 측은한 우리 인생을 보여준다.
무대 또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연극 ‘됴화만발’의 무대디자이너 정승호가 디자인한 것으로, 1층 객석 대부분을 무대로 확장해 깊이 27m의 웅장한 무대로 파격적인 이미지를 창조했다.
오경택 연출은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깰 만한 재미 있는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오는 25일~12월 11일, 서강대 메리홀대극장. 이문수, 김세동, 김태훈 등 출연. (02)766-6007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