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예화가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션팡정은 자신의 주제를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유망주.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가졌던 개인전이 큰 호평을 얻은 이래 두 번째 개인전을 서울서 갖게 됐다. 전시에는 톡톡 튀는 감성으로 인간의 욕망, 자연, 죽음 등 묵직한 주제를 경쾌하게 형상화한 회화 14점과 드로잉, 미디어 설치작품이 나왔다.
전형적인 신세대 작가인 션팡정은 어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밝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아기용 목욕용기에 앉아 어린이용 우산을 펴들고 머잖아 덮칠 ’꽃 쓰나미’에도 아랑곳없이 미소짓고 있는 남자는 곧 작가 자신이다. 백설공주 의상에 펑크 머리를 한 젊은 남자는 연두빛 햇사과를 한아름 들고선 ‘연두빛 사과를 먹고도 백설공주처럼 죽을까’라는 표정으로 서있다.
이같은 회화는 독특한 프로세스를 거쳐 탄생했다. 작가는 머릿 속에 구상한 장면을 스케치로 옮긴 다음 이를 실제 공간에 연출해 사진으로 촬영한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연극처럼 꾸민 후, 이를 카메라로 찍어 캔버스에 다시 그리는 식이다. 최종적으론 섬세한 모필로 나름의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회화를 만들어내는 것.
작가는 “나는 그릴 화면을 먼저 연극처럼 연출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연출을 하다 보면 예상 못했던 새로운 효과도 살리고 조정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는 움직이지 않는 화면을 연출하는 PD인 셈”이라고 말했다.
네 살무렵부터 중국 전통의 인물채색화인 공필화를 배운 그는 이후 계속 을 그렸다. 작업의 밀도가 탄탄한 것도 이렇듯 오랜 기간 그림을 연마하며 기본기을 다졌기 때문. 요즘들어 중국의 현대미술가들이 세계 미술계 스타로 급부상하는 것에 대해 션팡정은 “선배 세대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고민했지만 우리 세대는 각자 개성이나 감수성 등 개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다르다”고 전했다.
중국 노신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008년에는 국비 장학생으로 홍익대 회화과에서 6개월간 유학하며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02-725-102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