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은 용감하기만 한 걸로 알려져 있지만 도망도 많이 다녔어요. 우선 살고보자. 그래야 다음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투철한 사람이었지요.”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을 거느린 칭기즈칸이 허영만(64·사진) 화백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김영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대형 역사극은 ‘각시탈’과 ‘쇠퉁소’ 이후 30년 만이다.
마땅한 소통수단이 없던 때 어떻게 넓은 제국을 통치했을까라는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한 허 화백의 칭기즈칸 탐구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경영의 모델을 형상화하는 데로 나아갔다.
칭기즈칸은 세간에 많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디테일은 알려져 있지 않다. 허 화백은 역사적 상상력으로 그 공백을 메웠다. “몽골 쪽에 구술돼 전해지는 얘기를 보면 연대도 맞지 않고 얘기도 서로 다른데 역사책을 종합해보니까 얘기를 끼어넣을 여지가 많더라고요.”
철저한 현장답사로 실감을 얻어내는 허 화백은 몽골을 3번 찾아 곳곳을 누볐다. 초원을 지나 겔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그들의 생활을 몸으로 겪었다.
“광활한 초원에서 겔에 들어가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면 어떤 상황이든 재워주는 게 그들의 문화죠. 그러고 나면 자식이 하나 생기고. 전쟁이 일상화하다 보니 남자가 귀했기 때문이죠.”
허 화백은 칭기즈칸이 애초 광대한 제국 건설의 야망이 있었다기보다 한 곳을 점령하면 반란세력이 일어나 또 전쟁이 벌어지는 식으로 점차 커졌다고 본다.
“특히 자기 일에 방해되면 과감하게 처단했는데, 큰 덩어리를 끌고 가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역사극 작업에서 기본이자 가장 힘든 작업은 말 그리기. 특히 이번 작업은 컬러 작업이라 두세 배 힘이 더 든다. “힘있을 때 이런 큰 작품을 해야지요.”
만화책은 2013년까지 전 12권으로 출간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