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엉 떤 상 베트남 주석의 사흘간 조용한 한국 국빈방문 의미가 작지 않다. 두 나라는 내년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양국 경제 교류와 발전을 더욱 긴밀히 하자는 의도가 그의 방한에 담긴 것이다. 올 7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상 주석은 베트남 내에서 알려진 친한파(親韓派)다. 이를 토대로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개선해 베트남 경제를 한 단계 올려놓겠다는 게 그의 기본 복안이다. 우리에게는 동남아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베트남을 다시 보고, 가깝게 둘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상 주석의 방한 일정이 철저히 경제와 비즈니스 중심이었다는 점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방한 중 외국 원수로는 이례적으로 금호그룹을 개별 방문, 베트남 사업을 활기 있게 벌이는 박삼구 회장과 회담했고 경제4단체장과 환담하는 등 경제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늘리려 애썼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경제 협력을 중심 삼아 베트남이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우리에겐 상당한 소득이다.
우리가 베트남을 특히 주목하는 것은 자원과 시장으로서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베트남은 전자 및 부품ㆍ소재 분야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경제가 매년 7%가량 급성장하면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2050년에는 세계 15위권 경제부국에 올라설 것이란 예측도 나와 있다. 그만큼 성장이 빠르다. 한국은 이미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국 중 하나로 베트남 경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두 나라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제휴하고 협력하면 서로 윈-윈할 토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과거 한국과 베트남은 월남전 파병의 좋지 않은 인연이 있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잊은 지 오래라고 한다. 오히려 한국 경제 발전 모델을 배우며,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도 우호적이다. 한류 열풍도 대단하다. 특히 베트남 농촌지역에서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의 한국’이라 불릴 정도로 근면한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분단과 전쟁, 가난을 헤쳐나가 경제를 일구는 과정이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상 주석이 베트남은 한국과 문화ㆍ역사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베트남 신부가 대거 한국에 들어오면서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 것은 유감이다. 이런 일 하나하나가 양국 관계를 해치는 치명적 요인이 된다. 양국 간 경제교류 못지않게 문화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