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비자는 언제까지 수출 대기업의 후원자 노릇을 해야 할까. 소비자시민모임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18개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식품 등 14개 품목의 가격비교 결과 한국 내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생산 LED TV는 인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비쌌다. 중국에서보다 무려 대당 100만원 이상 비싸다니 해도 너무하다. 이는 수입품도 마찬가지다. 현지 1만원짜리 칠레산 와인이 국내에선 4만원, 뉴욕에서 7만원인 청바지가 서울에선 17만원에 육박한다. 샴푸, 쇠고기 등 주요 생필품 가격도 조사 대상국 중 상위 5위권에 든다.
그래 놓고 물가 안 잡힌다고 엄살하는 물가당국, 손놓고 있는 정부는 있으나 마나다. LED TV에서 보듯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니 소비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적다. 국내용은 고급 마감재에다 배송비, 설치비, 무상수리비 등을 포함한 가격이라는 업계 변명이 옹색하다. 환율까지 뒷받침돼 한 해 조 단위 수익을 거둬들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개척 미끼로 수출은 싸게, 국내에선 비싸게 받는 풍토를 언제까지 계속할지 묻고 싶다. 우리는 진작 자동차 수출에서도 국내외 가격차를 수용해왔다. 애국심의 발로이긴 하지만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이 희생될 수는 없다. 큰 이익을 내고 떵떵거리는 수출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과연 얼마나 만들었을까.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약진과 함께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도 국내 시장에 머물러선 안 된다. 국가 간 가격비교 시스템을 제때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가격차가 클 경우 정부가 규제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이번에 소비자단체가 작심하고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수입품 관리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한ㆍ칠레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된 포도주 가격이 왜 현지보다 4배나 비싼지 따져보기 바란다. 세금 탓만 할 게 아니다. 수입상에서 도ㆍ소매상을 거치는 과정이 복마전에 가깝다는 업계 하소연이 타당한지 알아는 보았는가.
임금 인상만 요구할 게 아니라 물가 안정에 더 소비자가 개입해야 한다. 비싸면 사지 말아야 하고, 꼭 필요해도 대체품을 찾거나 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비자단체가 분발, 감시 눈길을 강화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