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실시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년에 비해 쉽게 출제, ‘물 수능’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EBS 연계율 70%를 변형 없이 지켜 만점자가 1% 이상 쏟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난이도를 조금만 높이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뒤따라 교육당국은 이래저래 고민이 크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매년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망국적 사교육이 사라지거나 줄어든 것도 아니다. 수능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할 때가 온 것이다.
사교육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공교육이 벼랑 끝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은 잘못된 대학입시 제도 탓이 크다.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보다는 수능이란 획일적 잣대로 전형 기준을 삼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별로 전형 방식을 다원화하고 있지만 수능 성적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문제는 수능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자칫 한 문제라도 실수로 틀리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정도로 변별력이 떨어져 있다. 오죽하면 수능 시험이 가까워지면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수능 실수 줄이기’ 특별과외를 받을 정도일까. 반면 운이 좋으면 실력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른바 ‘수능 대박’도 종종 나온다고 한다. 그야말로 로또 수능인 셈이다. 이런 수능에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대학은 이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고 있는 것이다.
수능이 여러 부작용으로 제 기능을 못한다면 당장 손을 봐야 한다. 그러나 수능 자체보다는 대입제도를 확 뜯어고치는 것이 먼저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각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일임하고 교육당국은 일절 손을 떼면 그만이다. 그리고 수능은 국가 주관 대입자격고사 또는 말 그대로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 정도의 보조적 기능만 하면 된다. 다만 지금처럼 과목을 줄이지 말고 고교 전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돼야 의미가 있다.
수능 점수 1, 2점 차이로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하고 그 점수에 맞춰 진학을 결정하는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인 입시 방식을 언제까지 답습할 수는 없다.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뽑으니 인문, 사회, 공학, 의학, 예술 등 대학별 특화도 안 되고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 요즘 대학생들이 공부는 잘하지만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왜곡된 대입제도와 무관치 않다. 대입제도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