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한진중공업 노사분규가 11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노사합의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나 골 깊은 상처를 남긴 점은 씁쓸하다. 사측이 1년 뒤 정리해고자 94명의 전원 복직과 생계비 지급 등 노조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 이런 정도라면 왜 지금까지 분규를 끌고 왔는지 의문이다. 한진중공업과 상관없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309일 만에 고공 크레인 농성을 끝내고 내려왔다. 법원의 퇴거 명령을 무시한 그의 사법처리는 당연하나 이 역시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노사분규 해소가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권을 포함한 외부세력의 개입 결과라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 그나마 법 테두리 안에서의 노사분규 해소가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 또 한번 희망버스 등 외부세력에 의한 정치적 타협의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법보다 완력이라는 종전의 못된 노사분규 관행에 다시 불을 지필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 경우 도산 위기의 기업이 불가피한 정리해고마저 엄두를 내지 못한다면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근로자의 일자리가 날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정리해고와 해고자 복귀 문제는 가능한 한 시초부터 연결시키는 게 필요하다. 경영상 어쩔 수 없이 해고했더라도 형편이 나아질 경우 해고자 우선으로 복직을 서두른다면 노사분쟁의 해결 실마리는 훨씬 쉽게 풀린다. 그러니까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해도 사후 최선의 복직 약속을 하고 이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국가가 일정 부분 개입, 길을 터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노사는 정리해고 투쟁에 힘을 쏟기보다 더 좋은 경영을 하고 해고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과 재취업 시설의 확보 등 준비에 몰두하는 게 낫다. 일정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사분규는 어렵게 타결이 됐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일감 수주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만 우왕좌왕한다고 돈이 벌리지 않는다. 그만큼 기업경영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일단 노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 호전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경영진은 일감을, 근로자는 최고의 노동으로 효율적인 배 만들기 총력전을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