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시장 위축 뚜렷
삽질경제 국민 피로감 확산
복지정책 강화로 개발 뒷전
연착륙대책 없인 업계 공멸
국가경제 발전과 내수 성장의 원동력이 돼온 건설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강력 반발에도 정부가 내년부터 최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내일이면 어느 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에 기가 죽어서도 아니다.
이제 그런 정책과 소문은 흔한 얘기일 뿐, 놀랄 만한 뉴스조차 못 된다. 기업의식이 패배주의로 흐르는 배경에는 불황과 침체가 지속되면서 장기 비전이 불투명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공사 수주로 다소 운신의 폭이 넓은 대형 업체는 물론 국내 공사 기근에 찌들린 중소업체, 적자 공사에 허덕이는 전문건설업계의 위기의식이 공히 확산되는 추세다. 심지어 지금이라도 건설업을 포기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비관적 시각까지 없지 않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투자 규모가 급감하고 부동산 경기 퇴조로 민간 투자마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데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실제로 공공 수주 규모가 지난해 -34.6%, 올 8월 말 현재 -28.9%로 급감하는 추세다. 4대강 사업 등이 마무리되고 재정 정상화의 영향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 수주마저 부진해 지난 2008년 6.1%가 감소한 이래 2009년 -1.1%, 2010년 -13.0%로 일감이 줄었다.
내년은 이보다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정부 SOC 예산은 22조6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1조8000억원(-7.3%) 감소가 불가피하다. 내년 선거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소 증가될 것이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공 토목 투자가 줄어들어 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지자체와 공기업 투자 여건도 금융 부채 등으로 매우 악화된 상태다. 민간 주거 및 비주거 부문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국제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내년 국내 건설 수주 규모를 103조원대로 전망, 올해보다 0.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간 159조원대에 달했던 건설 투자 규모가 100조원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일반 건설업체 139억원, 전문업체 13억원에 불과한 연간 수주 규모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주경쟁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삽질경제’에 대한 국민적 알레르기가 확산되면서 국가 부흥을 가져온 기간산업으로서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온 데다 4대강 사업 등으로 건설 사업에 대한 반발 의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심지어 연평균 35조원대에 달하는 정부 건설투자 예산 중 20조원 이상을 교육복지에 투자하자는 여론이 조성되는 등 건설 기피의식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복지가 정책의 핵심 슬로건이 돼갈수록 개발은 밀릴 수밖에 없다. 내년 선거 이후 건설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민간부문의 주요 축이 돼온 주택 부문도 보급률이 100%를 상회, 양적 한계에 달한 상태다. 일반 1만1865개사(2011년 3월 현재)와 전문업체 4만5691개사에 달하는 건설업계의 앞날이 암울하다. 건설산업은 이제 끝났다는 막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92년 이후 일본 경제 불황이 건설업계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동반, 중동 등 국제무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 보이지 않게 만든 것과 다름없다.
70년대 이후 세계 건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 건설업계의 공멸 역시 시간문제다. 우선 공공부문의 투자 감소에 대응한 정부 고시 사업 확대 등 민간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수립해야 한다.
일반과 전문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건설 생산 체계 개편과 함께 공공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ㆍ중견업체의 위기 극복 지원을 위한 합리적 구조 개혁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건설산업이 정부 그늘 아래 천수답화한 데에도 원인이 없지 않다. 투명경영과 비리 척결, 첨단 산업과의 공조 체제 마련 등 업계의 자기반성적 이미지 개선만이 건설업을 전근대적인 노가다 산업에서 우주정거장을 짓는 첨단 산업이라는 신선한 인식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것이 시장 확대와 함께 미래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출발점이다.
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