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인전은 여성 조각가로서의 삶을 되돌아본 회고록 ‘나의 삶과 예술’ 출간에 맞춰 꾸민 전시로, 기존 대표작과 함께 올해 제작한 신작 8점 등 총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60여년간 인간에 대한 사랑, 특히 모성애를 주제로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했다. 눈부신 대리석은 물론 브론즈 화강암 등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며 작가는 여성의 인체를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했다. 작가의 유연한 곡선은 ’윤영자 스타일’로 운위되며 많은 호응을 얻은바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펼치는 그는 최근들어 작품 주제를 인간에서 자연으로 돌렸다. 그리곤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함축한 ‘대지의 향기’ ‘바다의 향기’ 등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그리스 신화 속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에 매료돼 지금 이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며 “창작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동시에 기쁨과 환희를 주기 때문에 60년을 거듭해온 듯하다”고 했다.
홍익대 미대 1회 입학생이자 여성조각가 1호인 그는 목원대를 정년퇴임하며 받은 퇴직금을 털어 ’석주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또 여성미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석주미술상’을 제정해 후학 양성에도 힘써왔다. 1999년 제정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석주미술상은 해마다 작가를 1명을 선정,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고 개인전을 열어주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회고록에는 유년시절부터 여성조각가로서 힘든 길을 걸어오기까지 삶과 작품세계, 평생을 걸쳐 인연을 맺었던 예술계 인사들과의 일화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작가는 “지난 1년간 회고록을 썼는데 탈고하고 보니 빠뜨린 내용이 많더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였던 이방자 여사로부터 칠보 공예를 배우며 맺었던 인연 등이 빠져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그는 “이제 큰 조각은 못하지만 작은 것 위주로 작업하면 된다"며 지칠줄 모르는 창작열을 피력했다.
“60년간 흙을 만지다 보니 손가락 지문도 닳아 없어졌다”는 작가는 “조각은 내 운명”이라고 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4-045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