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발효 3개월 내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전제로 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거부했다. ISD 자체를 폐기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생명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장관급 문서를 받아오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게 가능해지면 또 다른 조건을 내걸 것이다.
민주당 결정은 한마디로 한ㆍ미 FTA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민주당은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자동차에서 이른바 ‘10+2’를 들고 나오는 등 매번 이런저런 구실로 새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 대통령이 책임지고 협정 발효 후 3개월 내 재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이에 재빠르게 응답했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협의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도 서면 합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미국은 우리 말고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내세워 일본과의 사실상 FTA를 추진하고 일본도 한국을 의식, 적극 화답하고 있다. 시장은 선점하는 쪽의 차지다. 하세가와 야스치카(長谷川閑史) 일본경제동우회장이 여기에 적극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당장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비준안을 상정, 국회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게 의회민주주의다. 이 대통령이 직접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그 정도로 이야기했다면 지금까지의 야권 요구를 거의 수용한 셈이다. 상대국 의회 비준까지 끝난 상태라는 현실적 제약을 감안하면 더 이상 다른 선택이 없다.
민주당 역시 당당히 국회 표결에 임하길 바란다. 한나라당의 비준 처리 상정을 몸싸움으로 막아 국회를 또다시 난장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민주당 의총에서도 그런 주장이 많지 않았는가. 더 이상의 물리적 반대는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떼만 쓰는 국회의원을 국민이 대표로 뽑을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당내 사정과 야권통합 주도권 때문에 국익을 외면한다면 결국 부메랑이 돼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