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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들의 FTA 양식
이른바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한ㆍ미 FTA, 약사법 개정 등을 둘러싸고 치졸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청남도지사가 잇달아 이례적 발언을 하고 나섰다. 두 사람 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출신들로 과거 야당의 골수 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사다. 이들이 작심하고 한ㆍ미 FTA 지지를 공표한 것은 한마디로 국가와 당 정체성의 위기의식을 느껴서일 것이다.

송 시장은 17일 “집권 여당 시절 FTA를 추진했던 민주당이 ‘그때는 독소조항인지 몰랐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것도 광주광역시 공무원을 상대로 한 특강에 앞서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이어 민주당의 책임정치를 촉구하면서 한ㆍ미 FTA는 협의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못박았다. 당론이 ‘先 ISD(투자자ㆍ국가소송제) 폐지, 後 비준’이라는 것과는 분명히 대조적이다.

그런가 하면 안 지사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한ㆍ미 FTA 반대 투쟁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는 글들에 대해 “자기(노무현 정권)가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게 바로 신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ㆍ미 FTA는 개방ㆍ통상정책으로 선과 악의 투쟁이 아니며, 이명박 정권 때문에 그런 식으로 발전했지만 이 정권은 곧 끝난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정권 인수에 자신 있으면 곧 끝날 정권 상대로 자신들이 집권 시절 추진했던 좋은 정책을 억지로 막지 말라는 뜻과 같다.

따지고 보면 한ㆍ미 FTA는 노무현 정권의 업보다. 아니 민주당의 업보이기도 하다. 송 시장 말대로 노 정권이 시작을 했지만 김대중 정권이 지지했던 대한민국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통상으로 먹고살아야 할 한국의 숙명 아닌가. 그런 것을 집권 여당이 밉고 이를 몰아내기 위해 야당 통합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 일부 소수 좌파 정당이 반대한다고 동조하는 것은 제1야당답지 못하다. 하물며 영포라인 인사, 측근 비리, 일자리 창출 실패 등으로 흔들리는 집권 여당을 대신할 수권 야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는 넓은 마음의 야당으로서 이 문제는 얼마든지 협의 처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강경파에 휘둘려선 안 된다. 이번에 송 시장과 안 지사는 새 면모를 과시했다. 큰 정치인은 위기 때 드러난다. 야당에도 협상파 등 양식 있는 인사들이 건재함을 든든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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