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담배 1개비를 빌려 피우기가 조심스럽다. 시중의 담배 소매가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이다. 주로 25개비가 들어있는 담배 1박스(갑)의 가격이 브랜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15~20 호주달러(약 1만6500~2만2200원)이다.

시드니의 셀러리맨이 많이 이용하는 펍이나 일반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경우 약 10~15달러를 지불하므로 담배 1갑의 가격이 얼마나 비싼 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담배가격과 비교하면 약 4~6배나 비싸다.

이처럼 담배의 소매가격이 비싼 호주의 흡연율은 2010년 기준으로 약 17%이다. 1980년의 호주 흡연율이 약 34%였으나, 담배가격의 인상, 담배의 텔레비전 광고 금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매년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다. 20~29세의 젊은 층의 흡연율은 약 21%(2001년 28%)로 가장 높고, 남성의 평균 흡연율은 18%인데 비해 여성의 흡연율은 15%를 보이고 있다.

담배 가격이 이렇게 비싼 호주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흡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단조로운(평범한) 담배포장법(Plain Packaging Laws)’이다. 이는 담배갑의 외부포장에 “흡연은 눈을 멀게 한다, 흡연은 암 등 중대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는 등의 경고 문구와 흡연과 중대한 질병을 연상시키는 천연색 사진을 표시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담배제조사의 로고 또는 브랜드 이름을 넣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호주연방의 상원에서 여야의원의 합의로 11월 10일 통과됨에 따라 2012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담배제조회사는 회사의 로고를 담배갑에 표시할 수 없고 담배갑 색상을 오로지 ‘진한 초록색’으로만 포장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광택이 나고 화려한 담배갑 포장을 통하여 흡연하고 싶어지는 충동이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담배 포장을 수수하고 단순하게 하도록 하고, 담배갑의 포장에 흡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관련된 섬뜩한 사진을 넣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호주는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며 세계에서 가장 흡연에 엄격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호주 정부는 지난해 4월 담뱃세를 25% 인상했다. 25개비들이 담배 1갑에 붙는 세금이 1.80호주달러(약 2150원) 정도 올라 서민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호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물가연동제 세금 제도를 담뱃세에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반으로 1년에 두 차례 자동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정책이다. 물가가 오르면 담뱃값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싼’ 경우는 없다.

이처럼 강력한 가격정책에 더해 담배갑 포장마저 규제에 나서는 호주 정부는 흡연으로 인해 유발되는 각종 질병을 줄이고 이에 따른 보건의료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호주 정부는 이 같은 제도의 시행을 통해 호주의 흡연율을 10%이하로 떨어뜨리도록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 내년부터 이 제도 시행을 통하여 호주의 흡연인구가 어느 정도까지 줄어들지 주목되고 있다.

시드니 무역관 황중하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