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글항아리)는 제목 그대로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인 정창권 고려대 교양교직부 교수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장애인에 대한 기록들을 모아 옮기고 꼼꼼한 해설을 붙였다.
의료ㆍ과학 기술이 미약했던 옛날 장애인들의 삶은 분명 녹록하진 않았겠지만 비장애인과 견줘 크게 차별이나 제약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장님은 가르칠 수 있다. (중략) 무릇 인도(人道)와 인사(人事)에 대해서도 모두 침착하고 헤아려서 때로 눈은 있지만 마음이 어두운 사람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이는 최한기의 ‘인정(人政)’에 나오는 구절이다. 장애인도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으며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장애인들도 점복과 독경 등을 직업으로 삼고 비록 몸은 불편했을지언정,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또 저자는 조선 전기의 명통시(明通寺)를 세계 최초의 장애인 단체로 볼 수 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다. 명통시는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독경을 연습하고 기우제 같은 행사에 참여한 단체로 나라의 지원을 받는 공적 기관이었다.
이 외에도 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진휼이 펼쳐졌으며 조세나 부역을 면해주는 등 당시의 복지정책이 꽤 체계적임을 알 수 있다. 소소한 장애인들의 일상으로부터 장애인의 몸으로 고위 관직에 오른 인물들, 남다른 성취를 이룬 예술가 등등 다채로운 생활상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란 마음의 벽을 허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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