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위의 고속철도망을 갖고 있는 스페인이 유럽시장의 관문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물류 중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지난 3년간 자국 내 교통망 확충에 연간 130억 유로에서 190억 유로 규모를 투자해 왔으며, 향후에도 매년 7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동유럽 국가의 EU 가입 및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에 속도가 붙으면서 유럽시장이 동진(東進)하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시장의 지도가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유럽과 美洲대륙, 북아프리카를 이어주는 물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장기 교통인프라 프로젝트는 철도망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2014년에서 2020년까지 총 500억 유로를 투자, 마드리드를 중앙의 핵심 축으로 하여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거미줄 철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페인에서 고속철도가 한계에 달한 도로교통을 대신하는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AVE(Alta Velocidad Espanola,‘스페인고속’의 약어)으로 불리우는 스페인 고속철도 덕분에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6시간이 걸렸던 것이 이제는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마드리드-바르셀로나간 항공여객 수송량은 절반이나 줄었ㄱ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자동차가 내뿜는 량도 많이 줄었다는 평가다.
스페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핵심 사업은 남부지중해 노선과 마드리드를 관통하는 대서양-지중해 노선으로 대서양과 지중해를 아우르는 총 거리 3000㎞가 넘는 대형 철도망 확충 사업이다. 이를 통해 포르투갈, 프랑스, 이태리 북부는 물론, 멀리는 헝가리, 우크라이나 국경까지도 화물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94억 유로가 투자된 남부 지중해 노선은 총 1300㎞ 길이로 역내 운송이 가능한 지역은 리스본-마드리드-발렌시아-바르셀로나-프랑스 남부-이태리 등으로 꼽히고 있다. 117억 유로가 투입된 서양-지중해 노선은 총 2000㎞로 역내 이태리 북부-슬로베니아-헝가리-우크라이나 국경 등에 운송할 수 있다.
이러한 철도망 확충은 유럽과 아시아지역 간 물류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을 향한 아시아 수출 선박화물의 약 80%가 수에즈 운하와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북유럽에 도착하고 있는데, 스페인의 철도망 확충사업이 완료되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항구 등 주요 4개 항구와 이들과 연결된 내륙 철도운송망을 통해 신속한 역내 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유럽 도착 기준으로는 현재 보다 운송일수가 3~4일 단축될 것으로 평가된다.
스페인 정부는 EU에 협조융자를 요청 중인 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프로젝트별로 총 소요예산의 20%에서 많게는 역내 시너지 효과가 큰 사업의 경우 40%까지 융자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 있어 스페인의 지리적 이점이 작용했듯이 스페인은 이제 부상하는 동유럽과 중남미 경제권에 힘입어 국가 전략적으로 남유럽 분배기지의 허브(Hub)를 지향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물류 서비스 제공에 있어 미주대륙의 마이애미와 같이 유럽에 있어 스페인의 역할과 물류산업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코트라 마드리드 무역관장 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