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공연 끝낸 日스튜디오 라이프 대표
“한국의 대학로는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도쿄에 소극장과 중극장 7, 8군데가 몰려 있는 ‘시모키타’라는 곳이 있긴 하지만 한국의 대학로처럼 100개 이상의 극장이 밀집돼 있는 곳은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죠.”최근 대학로 동덕여대 예술센터에서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 밤의 꿈’과 ‘십이야’를 연극 무대에 올린 일본 극단 ‘스튜디오 라이프’ 가와우치〈사진〉 대표의 말이다.
한국 공연을 계획한 지 3년 만에 한국 대학로에서 첫 해외 공연을 가진 스튜디오 라이프 극단 배우들은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한국 관객들의 솔직한 반응, 즉각적인 리액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십이야’에서 바이올라 역을 맡은 마쓰모토 신야는 “한국 관객의 반응을 통해 “아~ 맞아 이 장면은 이런 것이었지” 하고 다시 느낄 수 있을 만큼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공연 때는 막이 오르기도 전에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셔서 정말 놀랐다. 일본에서조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감동 뒤에는 녹록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다. 스튜디오 라이프의 이번 내한 공연은 ‘재팬 파운데이션’의 지원을 일부 받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극단 측이 자비를 들여 준비했다. 가와우치 대표는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이번 작품들은 대사량이 상당히 많은데 자막에 모두 담을 수 없어 일부는 줄여야만 했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우노 아키라가 제작에 참여한 무대세트를 화물 수송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라이프 극단 측은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얻은 점이 많다면서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공연 무대를 갖고 더 나아가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가와우치 대표는 “우리의 연극이 런던의 웨스트엔드, 뉴욕의 브로드웨이, 한국의 대학로 등 연극관객이 집중된 곳에서도 과연 통할까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특히 한국 연극 무대는 해외 진출의 테스트마켓으로 삼을 만큼 의미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연극계의 매력에 대해 “인구 대비 공연 관람객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일본이나 한국이나 연극이 다른 공연 장르에 비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국 연극계가 더 활성화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본 연극의 한국 나들이에 대해 동덕여대 공연예술학부 김춘경 교수는 “일본 연극이 한국 시장에서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 주효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스튜디오 라이프의 이번 무대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일본식으로 해석했다기보다는 연출가가 여성의 심리를 작품에 잘 녹였기 때문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었고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스튜디오 라이프는 남성 극단이다. 모든 배우가 남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여성의 역할은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해 작품에 등장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공연을 관람한 안경희(29) 씨는 “우리나라에는 남성 극단이 없는 걸로 아는데 색다른 느낌으로 공연을 봤다”면서 새로운 콘셉트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