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개발원조총회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서 최대 최고위급 국제회의인 이번 총회에는 이명박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세계 160여개국 정상급 인사를 포함해 3000여명이 참석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한국의 위상을 알리되 이를 통해 새로운 한류가 세계로 번져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서로 득이 되는 원조’다. 주는 것에 그쳤던 원조 방법을 근본적으로 손질, 사후관리까지 철저히 하겠다는 의미다. 원조를 받는 처지와 주는 입장을 모두 경험한 한국이 이 문제를 매듭 짓고 선언함으로써 원조 문화에 이정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될 ‘부산 선언’도 원조의 다과보다는 질적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수십년간 빈곤지역에 수천억달러가 투입됐으나 절대빈곤을 탈출한 나라가 몇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원조의 방증이다. 전 세계 인구의 30% 정도가 하루 2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연명하고, 10억명은 굶주리고, 3만여명의 아동이 매일 질병으로 사망하는 현실을 깨야 한다.
무엇보다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가교 역을 맡은 우리 외교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ODA의 90%를 주도해온 유럽 선진국들이 재정위기로 퇴조인 반면, 중국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가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등 지각변동이 극심한 때문이다. 자금지원보다 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투자처를 확보한다는 차원의 새로운 원조 방식이 각광받는 이유다. 사실 이번 총회에서 원조와 무역ㆍ투자 연계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는 것은 흥미롭다. 수혜국이 성장하면 신흥시장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도 공여 파트너십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천문학적 공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원조 형식도 보다 다채로워져야 한다. 단순한 자금지원에서 경제성장 노하우 등을 바라는 추세다. 보릿고개에서 출발한 새마을운동의 추진방법 제공은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를 널리 전파할 국제기구 내 자리를 ODA서 확보한다면 우리의 국제원조 전문가를 양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빈곤지역이 자립할 때까지 잘 교육받은 새마을 지도자를 파견하는 등 민간 외교망을 확대하는 것은 미래 투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