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교도소 재소자 18명으로 구성된 한 이색 합창단의 희망의 노래 열창 소식이 싱그럽다. 엊그제 경북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드림스케치 사랑콘서트’에 등장한 이들은 강도, 절도, 강도살인 등의 죄목으로 복역 중인 17~20세 청소년들이다. 죄수복 대신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가슴에 장미 한 송이를 꽂은 모습에 어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외로움과 자활 의지가 물씬 풍기는 ‘거위의 꿈’ ‘네버엔딩 소토리’ 등의 곡이 이어지면서 공연장은 시종 박수와 흐느낌, 감동의 물결로 넘쳤다는 소식이다.
가수 이승철 씨의 재소자 사랑과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청소년 재소자 교화 차원에서 법무부가 기획한 행사에 이 씨가 흔쾌히 동참하면서 이벤트가 성사된 것이다. 3, 4개월 동안 매주 하루씩 노래 교습과 지휘를 도맡아온 그의 정성 앞에 꽁꽁 닫혔던 마음들이 열리고 결국 희망의 화음이 탄생한 것이다. 참회의 편지를 이 씨가 노래로 만든 곡 ‘그대에게만 드립니다’ 부분에서는 장내가 눈물바다로 변했다. 이 씨 역시 지난 90년대 초 대마초 파문의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게 바로 진정한 교도행정 아닌가.
이론이나 훈계, 나아가 엄포에 의존하는 교화는 진정성이 없다. 범죄 악순환의 단초가 형무소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래는 물론이고 그림그리기, 글쓰기 등 감흥적인 교화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교도소를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이 바깥 공연에 나서게 된 것도 이승철 씨의 간곡한 요청을 권재진 법무장관이 잘 수용한 결과다. 사랑이 사랑을 키운 것이다. 이처럼 남을 위해 자기 희생을 마다 않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셋집에 사는 가수 김장훈 씨의 거액 기부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물론 통 큰 기부만이 명품은 아니다. 짜장면 배달부로 불우이웃을 돌봐오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짜장면 기부천사’ 고(故) 김우수 씨의 족적도 생생하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가 영화화하면서 장애인ㆍ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충격은 컸다. 공 씨는 29일 토론회에서 아동 성범죄는 살인보다 더 무거운 죄라고 강조했으나 그의 행보에서 현장을 보살피거나 근본 치유책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한 느낌이다. 소설과 영화가 단지 한 편의 흥행성 다큐에 지나지 않는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보답 차원에서라도 재능이든 금전이든 형편이 충분한 유명인들이 적지 않은데 오직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정치적 처신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