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심정은 내심 복잡하다. 거기엔 고속성장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얕잡는 마음까지 뒤섞여 있다. 중국을 적대시하던 냉전시대는 벗어났지만 오해는 여전하다는 게 ‘차이나 키워드’(더난출판)의 저자 최헌규의 진단이다. 헤럴드경제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중국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키워드로 위안화, 공산당 등 12가지 화두를 건네고 있다.
그중 첫 번째 화두는 단연 위안(元)화다. 앞으로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만리장성이 아닌 위안화가 될 것이란 자오하이쥔(趙海均)의 발언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중국은 올해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 2위로 올라섰으며, 위안화의 위상은 달러화와의 환율전쟁이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또 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인투자기업 공장지대에는 “악덕 기업은 직원 급여를 위안화가 아닌 달러화로 책정해 지급하는 기업”이란 말이 떠돌 정도라고 한다.
이 같은 중국 경제의 항해를 이끌어온 조타수는 공산당이다. 물론 공산당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도 찬양일색만은 아니다. 일당독재에 대한 내부적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공산당이든 국민당이든 의식주 걱정 없이 잘살게 해주는 세력이 최고”라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지배적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단순히 서구의 경험만을 잣대로 공산당을 평가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저자가 중국의 장밋빛 미래만을 점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역시 압축성장으로 인해 양극화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비약은 더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2012년 한ㆍ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6년여간의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 경제지표나 정치적 통념만으론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의 속살을 생생히 보여준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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