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적용이 이중적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대기업의 인하 요구에는 곧바로 꼬리를 내리면서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마냥 미적대거나 찔끔 인하에 그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최근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카드사들이 일제히 백기를 들었다. 반면 영세업자들은 수 년 동안 수수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계속 묵살하다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 압박하자 마지못해 소폭 내렸다.
거기다 중소기업 중심 업종의 수수료율이 백화점ㆍ종합병원ㆍ대형할인점 등 대기업 중심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게 책정돼 있다. 심한 경우 최고 3%까지 차이가 난다. 이른바 ‘솥뚜껑 시위’로 불리는 식당업자들의 집단 항의에 이어 엊그제는 안경점, 숙박ㆍ유흥업소 업주들이 동맹 시위를 벌인 것은 이런 까닭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체계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굳이 근거를 대자면 신용카드 도입 초기인 1980년대 초기에 정부가 사치업종 여부를 따져 3~5% 선에서 적당히 정한 것을 지금껏 대체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정도다. 그렇다면 30년간 달라진 우리의 경제 환경과 국민 소비패턴 변화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의 경우 결제 규모가 크고 돈을 떼일 염려가 적다는 등의 이유도 들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카드사가 돈을 떼인다면 이용자에게 당하는 것이지 가맹점은 크든 작든 상관이 없다. 영세 상인들의 주장처럼 힘의 논리일 뿐이다.
업종 간 카드 수수료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카드사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업종 요율 차이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6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720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70%가량을 중소 상인들이 기여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더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카드사의 원가 인하 노력이 시급하다. VIP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 등 무리한 마케팅만 자제해도 줄어드는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알력으로 소비자 카드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다면 서로가 다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