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를 놓고 사법부가 파동에 휩쓸리고 있다. 뼛속까지 친미 대통령인 MB가 추진한 한ㆍ미 FTA는 나라 팔아먹은 행위라고 트위터에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포문을 개시로 동조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이 대법 윤리위원회에서 적절한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으나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특히 1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한 직후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가 또 한ㆍ미 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불평등 조약이라고 재협상용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청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판사들의 단편적 의견 개진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는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운동가들의 정치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사법부가 행정과 입법 사항까지 관여, 국제협약을 고쳐보자는 의미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며 제각기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하고 이를 또 언론과 시민단체가 감시해가는 것이다. 옆에서 잘못한다고 수시로 개입해서는 국정 운영이 잘될 리 없다. 사법부의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가 오류를 범해 이의 법률적 판단을 요구할 때 나서면 된다. 한ㆍ미 FTA만 해도 김 부장판사가 예시한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등 5개 항목의 사법주권 침해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구가 재판부에 넘어오면 그때 법에 의해 판결하는 게 정도다. 미리 사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판사들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SNS를 통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판사 개인 생각을 다 드러낸 다음 판결할 경우 당사자들이 과연 법에 의한 것인지, 판사 개인 성향에 의한 편향된 판결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미국도, 일본도 법관은 법으로 말해야 한다는 게 사법부의 오랜 관행이다. 판사 출신 4선의 김영선 의원은 지난 30일 개그맨처럼 판사들이 법복 뒤에서 아무 비판도 받지 않으면서 할 말 다 하고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누리겠다는 권세 유혹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정곡을 찌른 말이다.
대법원은 이런 일부 판사들의 튀는 행동에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사법부가 시류에 휩쓸려 튀기 시작하면 사회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정당한 주장은 수용하되 정치와 행정부에서 절차가 끝난 한ㆍ미 FTA 비준안 같은 것을 사법부가 재검토하자는 주장은 지나치다. 우선 SNS 윤리강령이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확실히, 빨리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