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고층빌딩 옥상서 농사
알코올을 뺀 취하지 않는 와인
동성애 클럽·호텔 퀴어비즈니스
‘63빌딩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2~3년 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추운 겨울 집안에서 마시는 따뜻한 맥주도 어색하지 않다. 이미 따뜻한 주스가 시장에 나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아 그들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게 중요한 때다. 가격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새로움에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알키)는 코트라가 전 세계 76개국 111개 도시에 주재하는 해외무역관을 통해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수집한 문화,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토대로 내년에 뜰 시장을 14개 트렌드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주류로 올라설 가능성이 보이는 트렌드, 아직 유입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국내 시장에 큰 흐름을 형성할 트렌드 등을 모두 담았다.
책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의 상품전략은 거시적인 흐름을 주시하기보다 미시적 변화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즉 전 세계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 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잡아채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제로 제로 제로 시장. 우유를 뺀 아이스크림, 알코올을 빼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와인과 맥주, 연기 없는 담배 등 제로 상품의 등장이다. 특히 콩과 꿀로 만든 아이스크림, 용설란ㆍ캐슈넛을 원료로 만들어 몸에 좋은 아이스크림은 여성들을 유혹한다.
시티 팜도 먹거리 불안과 물가 상승으로 확산 기미가 뚜렷하다. 개인 소유의 뒤뜰을 공동으로 경작하는 미국 모델, 독일의 소정원 문화, 네덜란드의 LED를 이용한 첨단 과채류 재배 등 미래형 농업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작물 가꾸기가 하나의 레저ㆍ취미생활로 자리 잡은 일본의 경우, 간단하게 방안에서 기를 수 있는 버섯 키트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세계적 추세. 이젠 아주 작고 사소한 걸 다루는 틈새전문가, 뉴 프로페셔널이 뜬다.
속눈썹 연장시술, 치아 미백관리, 음식 읽어주는 남자, 이주 외국인의 정착을 돕는 서비스 등 틈새 비즈니스를 찾아 전문가가 되라.
퀴어 비즈니스는 신대륙이나 마찬가지다. 호주 멜버른 시내에는 100여개의 동성애 클럽, 사우나, 호텔이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글로벌 기업에는 동성애 클럽이 있다. 퀴어 비즈니스는 특히 동성애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식 ‘빨리 빨리’ 비즈니스 수출도 새로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만만디 중국에 부는 택배 열풍이 그 하나.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주문 후 2일 이내 도착’이란 서비스를 내건 중국 순풍택배 사업은 변하는 중국의 한 모습이다.
아름다움과 건강을 위해선 빠듯한 살림에도 돈을 기꺼이 지출하게 만든 요가 바지. 그 주인공은 매출과 주가에서 기록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캐나다의 요가 바지 업체 룰루 레몬이다. 캐나다 여성들의 상당수가 값이 만만치 않은 이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예술과 소비자의 만남이 일상인 스위스의 취리히, 오타쿠의 나라 일본 등 중산층 소비자들의 의식과 소비양식은 우리에게도 통한다.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피부관리숍, 보정속옷 사업, 고급 시계형 자동차열쇠를 제공해 대박을 터뜨린 영국의 자동차업체 등 40대 중년 소비자 층도 새로운 시장이다.
이 책의 장점은 세계 구석구석 시장 정보를 생생하게 담아 그저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비즈니스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데 있다. 부자와 빈자의 구매성향 분석, 한류를 오타쿠 문화와 접목시켜 한류스타들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처럼 캐릭터화하는 마케팅 전략 등은 책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