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없는 재정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겪는 심각한 경제난이 이를 웅변한다. 세계 경제에 던져주는 이들의 어두운 그림자는 불안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다. 재정건전성은 다른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안으로 반드시 지켜내야 할 명제다. 그럼에도 불구,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집행 요구 등으로 정부의 연차별 재정건전성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재정안정 교란 요인엔 국내 말고도 언제, 어떻게 불어닥칠지 모르는 해외 악재가 많다. 이 때문에 더욱 정부 계획대로 균형재정 목표 달성이 필요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 25조원을 내년에 14조원으로 줄이고 2013년에 2000억원 흑자로 전환, 균형재정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불과 두어 달 만에 정부의 다짐이 물거품되려 한다. 내년 정부 예산안 326조1000억원에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 과정에서 10조원이 추가됐다. 선심성 사업과 복지 부문 예산이 부풀려진 것이다. 여당과 야당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면서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 예산만큼은 한통속으로 더 따내려고 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깎이는 게 상례인데 오히려 그 반대다. 복지예산을 10조원 더 늘리자는 민주당 주장은 너무 무책임하다. 한나라당은 무상보육 확대, 대학등록금 인하 등 복지에 3조원 증액을 요구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대책 예산이 내년에만 2000억원이다. 재원 마련 대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재정적자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재정부는 당초 계획에 변함 없다고 강변한다. 여당이 한술 더 뜨는 복지예산 증액에다 대외요인을 감안하면 웬만한 긴축재정 아니고선 어림없다. 정부 예산안은 내년 성장률 4.5%를 상정한 것이나 전문가들은 4%를 넘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기부양, 일자리 확충 등 추가 재정수요가 만만치 않다. 통일비용 비축은 아예 엄두도 내기 어렵다. 유로존은 지난1999년의 통화동맹에 이어 회원국의 재정위기 대응책으로 재정통합을 서두른다. 오늘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판가름 난다. 우리도 재정건전성 문제만큼은 여야를 초월한 국가 차원에서 재앙이 닥치기 전에 서둘러 안전판을 확고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