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계속될 이번 개인전에는 지필묵으로 우리의 일상과 주변을 돌아본 작업이 다양하게 나왔다. 한지의 부드럽고 은은한 결을 살려 그 위에 형상을 간결하게 형상화한 강미선의 먹 작업은 작가의 오랜 내공을 잘 보여준다. 전통한옥의 기와선, 모과, 감 등 한국인의 마음 속에 각인된 낯익은 이미지들을 그윽하게 담아낸 회화들은 풋풋하면서도 따뜻한 서정을 한껏 느끼게 한다.
아울러 작가는 도판(陶版), 즉 세라믹 드로잉 작업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눈부시게 하얀 백자 판 위에 청화물감으로 조선시대 달항아리며 분청사기, 물고기, 집 등을 그린 작품들은 마치 깨끗한 선비의 내면을 보는 듯 싱그럽고 조촐하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와를 그린 ‘관(觀)’, 그릇을 소재로 한 ‘수복(壽福)’, 꽃병을 묘사한 ‘정중동(靜中動)’, 집안 물건들을 도자기로 재현한 ‘나의 방’ 등 7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작품이 들려주는 나지막한 이야기가 더욱 잘 들린다.
작가는 "요즘들어 한국화 작업은 고루한 것으로 인식되며 날로 위축되고 있지만 한지와 먹의 깊고 그윽한 멋은 서양의 재료와는 비길 수 없을 정도로 각별하다"며 "재료는 전통을 쓰되 표현과 감성은 더욱 현대화시켜 현대의 젊은 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지 작업 외에 작가는 흙과 불을 활용한 도자작업도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이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미감을 알리고 싶어서다. 작가는 "한지 작업이나 도자기판에 그림을 그려 불에 구워내는 세라믹 작업이나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건 매한가지"라며 자신의 작업은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의 길을 닦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강미선은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를 나와 중국 난징예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15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14일까지. 02)726-442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