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세는 세계 3위 부자인 미국의 워런 버핏이 중산층은 과세대상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낸 반면, 이들보다 부자인 자신은 소득의 17.4%를 세금으로 냈다면서 부자로부터 ‘소득세’를 더 거둬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버핏세의 핵심은 ‘세 부담의 공평’에 있다.
일부 세력이 버핏세를 기화로 또 ‘부유세(富裕稅)’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는 소득을 대상으로 하는 ‘버핏세’와 다르다. 부유세의 원조인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 국가들조차 재산 과세로 인한 자본의 해외 도피 등 부유세의 폐해 때문에 이를 폐지했다. 부유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폐지를 권고할 정도로 구시대적 유물로 전락한 세금이다. 부유세 도입 주장 세력은 부유세의 폐해와 세제의 세계적 추세를 직시하기 바란다.
한편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버핏세’를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여당은 ‘부자당’이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야당은 ‘부자증세’라는 포퓰리즘 수단으로 부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버핏세는 최고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미국 금융소득 부자들에게 낮은 세율(17.4%)을 적용하지 말고 최고세율(35%)로 소득세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6년부터 16년간 연 과세표준(소득금액)이 88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최고세율(35%)을 적용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 35%는 영국 프랑스 일본의 40%보다 낮고, 미국과 같으며, OECD 30개국 평균세율(35.8%)과 비슷하다.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이 2억5000만원 초과 과세표준구간부터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너무 낮은 과세표준구간(8800만원 초과)부터 최고세율을 적용한다. 낮은 과세표준구간부터 최고세율을 적용하면 세 부담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부자들의 세 부담이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면, 소비ㆍ투자 감소, 국제경쟁력 저하 등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을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최고세율을 40%로, 최고세율 과세표준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정할 경우 계산상 더 걷히는 세수는 연 1조원 안팎이다. 높은 세율의 경제적 비효율을 감안한 순(純)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부자 잡으려다 복지재원과 일자리가 줄어들어 서민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표를 바라보는 정치와 복지만 있고 경제는 없다. 높은 세율의 비효율과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인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세율을 올리는 방법으로 부자 옥죄기에 나설 때가 아니다. 세율을 올리기 전에 고소득자의 누락 세원 발굴, 주식매매차익을 비롯한 비과세ㆍ감면 축소,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근절, 역외(域外)탈세 추적,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을 늘려 재원을 확보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금 한푼 안 내는 탈세자를 그대로 두고 소득을 성실히 신고한 납세자만 들볶아선 안 된다. 세원을 확대하는 조세정책은 세수확보뿐만 아니라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고,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에도 부합한다.